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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옛 사람들의 눈물' 지인을 잃은 사대부의 절절한 애통함 詩에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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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옛 사람들의 눈물' 지인을 잃은 사대부의 절절한 애통함 詩에 고스란히

입력
2008.08.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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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렬 지음/글항아리 발행ㆍ400쪽ㆍ1만4,800원

"아! 사람은 다 죽는다고 하지만 당신만은 죽지 말아야 했습니다. 죽지 말아야 사람이 죽었기에 죽어서도 한없는 슬픔을 품고 더할 수 없는 원한을 지녔을 것입니다. 끝내 당신이 먼저 죽고 말았으니 먼저 죽은 것이 무엇이 유쾌하고 만족스러워서 나로 하여금 이 두 눈 뻔히 뜨고 홀아비로 살아가게 하는 것일까요. 저 푸른 바다와 저 긴 하늘과 같이 나의 한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1842년 12월 5일 제주도에서 유배생활 2년째를 맞이하던 추사 김정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30여년 함께 살아온 부인 이씨의 부음. 제주도라는 거리 때문에 한 달이나 소식을 늦게 들었으니 추사의 애통함은 더욱 절절했다. '애서문(哀逝文)'은 그 애통함을 쓴 글이다.

<옛 사람들의 눈물> 은 죽음을 애통해 하는 사대부들의 만시(挽詩), 애도문들을 엮은 책이다. 애도의 대상은 아내, 자식, 손자, 선배, 제자, 여종 등 사랑하는 사람들. 스스로의 죽음을 기린 자만시(自輓詩)도 3편 실렸다. '애이불상(哀而不傷)'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사대부들도 항상 곁에 있을 줄만 알았던 지인들의 죽음 앞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영조 때의 문신 이덕수는 명민한 아들의 요절 앞에서 "봄 밤에 잠들지도 못하고 텅 빈 집에 누웠네"라고 헛헛한 심경을 드러내고, 광해군 때의 대시인 권필은 벗 구용을 장사 지낸 뒤 "하룻밤 꿈 은근해도 이게 진짜는 아니겠지"라고 허탈해한다. 이안눌은 권필의 부음을 듣고 "내가 오래 살았음이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게 귀가 있다는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네"라고 애통해한다.

슬퍼서도 울고, 울어서도 슬프다지만 옛 선비들의 만시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사태 앞에서 그 슬픔을 어떻게 농축시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시대 시문학 전공자인 저자가 해박한 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시와 시인의 배경에 관한 해설도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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