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렬 지음/글항아리 발행ㆍ400쪽ㆍ1만4,800원
"아! 사람은 다 죽는다고 하지만 당신만은 죽지 말아야 했습니다. 죽지 말아야 사람이 죽었기에 죽어서도 한없는 슬픔을 품고 더할 수 없는 원한을 지녔을 것입니다. 끝내 당신이 먼저 죽고 말았으니 먼저 죽은 것이 무엇이 유쾌하고 만족스러워서 나로 하여금 이 두 눈 뻔히 뜨고 홀아비로 살아가게 하는 것일까요. 저 푸른 바다와 저 긴 하늘과 같이 나의 한은 끝이 없을 것입니다"
1842년 12월 5일 제주도에서 유배생활 2년째를 맞이하던 추사 김정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30여년 함께 살아온 부인 이씨의 부음. 제주도라는 거리 때문에 한 달이나 소식을 늦게 들었으니 추사의 애통함은 더욱 절절했다. '애서문(哀逝文)'은 그 애통함을 쓴 글이다.
<옛 사람들의 눈물> 은 죽음을 애통해 하는 사대부들의 만시(挽詩), 애도문들을 엮은 책이다. 애도의 대상은 아내, 자식, 손자, 선배, 제자, 여종 등 사랑하는 사람들. 스스로의 죽음을 기린 자만시(自輓詩)도 3편 실렸다. '애이불상(哀而不傷)'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사대부들도 항상 곁에 있을 줄만 알았던 지인들의 죽음 앞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옛>
영조 때의 문신 이덕수는 명민한 아들의 요절 앞에서 "봄 밤에 잠들지도 못하고 텅 빈 집에 누웠네"라고 헛헛한 심경을 드러내고, 광해군 때의 대시인 권필은 벗 구용을 장사 지낸 뒤 "하룻밤 꿈 은근해도 이게 진짜는 아니겠지"라고 허탈해한다. 이안눌은 권필의 부음을 듣고 "내가 오래 살았음이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게 귀가 있다는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네"라고 애통해한다.
슬퍼서도 울고, 울어서도 슬프다지만 옛 선비들의 만시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사태 앞에서 그 슬픔을 어떻게 농축시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조선시대 시문학 전공자인 저자가 해박한 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시와 시인의 배경에 관한 해설도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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