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켈만 지음ㆍ박계수 옮김/민음사 발행ㆍ316쪽ㆍ1만원
소설의 투톱은 독일의 동시대 지성인인 수학자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1855)와 지리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다. 가우스는 초등학생 때 1부터 100까지의 합을 '1+100=101, 2+99=101, …'의 방식으로 순식간에 구한 일화로 유명한 19세기 최고의 수학자. 철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의 동생이기도 한 훔볼트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자연지리에 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선구적 학자다.
두 사람의 생애를 꼼꼼히 고증해서 쓴 이 독일산 팩션은 2005년 출간돼 35주 간 독일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며 1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22세의 철학도였던 1997년 소설가로 데뷔한 다니엘 켈만(33ㆍ사진)은 이 작품으로 독일서적상 선정 '2005 올해의 작가'에 꼽혔고, 이듬해 그의 작품은 타임 지 선정 '전 세계 10대 소설'에 이름을 올렸다.
소설은 중년의 두 주인공이 1828년 베를린에서 열린 자연과학자 회의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여행을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행사에 참석하는 가우스와, 그런 그를 호들갑스레 맞으며 만남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 하는 훔볼트의 대조적인 태도가 소설의 전개 방향을 암시한다.
이후 소설은 과거로 돌아가 두 사람의 성장기와 지적 행보를 번갈아 보여준다. 매정한 천재인 형 밑에서 주눅 든 채 성장한 훔볼트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열대 정글, 남미의 험지, 시베리아 등을 탐험하며 자기 존재를 증명한다. 앎을 위해서라면 전기 뱀장어와 금속을 양손에 쥐는 고통도 감수한다. 지적 편력의 비용을 마련하려 적성국 프랑스에도 기꺼이 몸을 의탁한다.
반면 가우스는 오직 머릿속으로 세계를 탐구한다. 20대에 이미 필생의 저작 <산술에 관한 논고> 를 출간한 그는 유성 출현 시간을 예측하고, 자기장의 세기를 측량하는 등 비가시적 세계의 질서를 간명한 수학 공식으로 표현하는 데 골몰한다. 결혼 첫날밤에조차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러 침대를 뛰쳐나간다. 하지만 가족에겐 냉정하고 동세대 영웅 나폴레옹을 모를 만큼 세상사에 무심하다. 산술에>
두 대조적 생애는 1828년 회의에서 만났다가 다시금 제 갈 길을 간다. 훔볼트는 정부 초청으로 러시아 자연 조사 여행을 갔다가 명성을 얻는 대신 젊은날의 자유를 잃은 자신을 발견한다. 가우스는 아내의 죽음, 아들의 추방이란 고통 속에서 새로운 과학 영역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다.
실험과 추상이라는 지식 탐구의 두 방법론을 각각 대표하는 학자들이 만나지만 으레 있을 법한 묵직한 메시지 같은 것은 없다. '독일문학의 엄숙주의와의 결별'이라는 젊은 작가 켈만의 문학적 지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스타카토를 찍는 듯한 문장들이 경쾌하게 이어지며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작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화는 독자에게 끊임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세계문학의 한 축인 독일문학의 뉴웨이브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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