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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선수들 '패배보다 아픈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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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선수들 '패배보다 아픈 악플'

입력
2008.08.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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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는 악성 댓글로 인터넷 상의 올림픽 응원이 얼룩지고 있다. 금메달을 놓친 대표선수에게 조롱과 욕설을 퍼붓는 네티즌들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아예 홈페이지를 폐쇄하기도 했다. 대표선수에게 막말을 퍼부은 악플러를 응징한다며 네티즌들이 신상정보를 퍼뜨리는 바람에 또 다른 개인정보 유출 논란까지 일고있다.

축구 대표팀이 8강 진출에 실패한 뒤로 박주영 김진규 이근호 등 선수들의 홈페이지는 실망과 비난 섞인 댓글로 몸살을 앓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욕설과 함께 "군대나 가라" "외모 신경쓰지 말고 삭발하라" 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쏟아지는 비난과 막말을 견디지 못한 선수들은 대부분 홈페이지 방명록을 폐쇄해 버렸다.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아깝게 은메달에 그친 박성현 선수의 홈페이지에는 대부분 네티즌들이 "자랑스럽다" "잘했다"는 등 격려성 글을 남겼지만 일부 네티즌은 "한국 양궁 반성해라 배가 불렀냐"는 등의 조롱 섞인 댓글을 달았다. 박 선수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남기는 네티즌도 있었다.

유도 대표팀의 왕기춘 선수에게 막말을 퍼부은 악플러를 둘러싼 이른바 '회손녀'사건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왕 선수가 은메달을 딴 11일 서울소재 모 대학에 재학중인 고모(20ㆍ여)씨가 왕 선수의 미니홈피에 "왕기춘 도봉구의 수치여. 이원희가 널 얼마나 원망하겠니. 4년 후에는 이 선수가 나가서 금메달을 따와라"는 글과 함께 욕설을 올린 게 발단이었다.

분노한 수많은 네티즌들은 고씨의 미니홈피를 찾아 사과를 촉구했지만 고씨는 사과를 거부하고 도리어 네티즌들에게 "명예회손으로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사태는 악화됐다. 급기야 네티즌들은 '명예훼손'을 '회손'으로 잘못 표기한 고씨를 '회손녀'라고 명명하고 그의 학교와 집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퍼뜨리기에 이르렀다.

네티즌들의 공격에 고씨는 13일 자신의 미니홈피와 대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엄연한 위법행위로 악플러를 응징한다는 명분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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