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따는 순간, 혹은 한국 선수가 결정적인 플레이를 했을 때, 아파트단지는 거대한 공룡처럼 운다. 숨이 막힐 것 같고 진땀이 흐르는 긴장도 최고의 시소게임의 경우엔 아파트단지가 헐떡댄다. 이러한 현상을 첫경험 하는 아이는 잔뜩 겁을 먹고 멍하다. 무수한 어른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한 마음 한 바람으로 저도 모르게 환호하고 탄식하고 박수를 쳤다는 것을, 설명하기가 지난하다.
금메달 따는 것 보겠다고 '방콕'하고 있는 아빠를, 기어이 놀이터로 끌어낸 녀석이다. 일곱 살짜리는 올림픽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열렬한 응원은커녕 집중을 못한다. 축구 야구 농구만 알던 아이, 각종 스포츠에 정신이 없다. 내 설명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겠지만, 아이에게 뭘 바랄 수는 없는 일이지 싶다. 생전 처음 보는 스포츠가 속출하고 점수계산방식이 천차만별이다. 또 순위를 가리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스포츠라는 게 자기가 직접하는 게 아니고, 단지 보면서 즐길 수 있으려면 의당 기본적인 룰과 기타등등을 알아야 하는데, 아이는 백지 상태고, 한꺼번에 알려고 하니 어지럽고, 그러니까 놀이터 가서 노는 게 훨씬 재미난 거다. 유치원 아동에게는 올림픽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니 엄마 아빠를 홀려버린 나쁜 거시기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