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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펠프스, 112년 올림픽 살아있는 전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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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펠프스, 112년 올림픽 살아있는 전설로

입력
2008.08.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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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영자가 각각의 영법으로 100m씩을 헤엄쳐 승부를 겨루는 400m 혼계영.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베이징 내셔널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400m 혼계영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미국은 250m 지점까지 3위에 그치고 있었다.

배영-평영-접영-자유형의 순으로 진행되는 400m 혼계영에서 미국의 3번째 접영 주자는 다름 아닌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3). 평영에서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3위까지 떨어진 미국은 펠프스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다. 그리고 250m 지점을 3위로 턴 한 펠프스는 어김 없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잠영을 선보였다.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펠프스는 단숨에 경쟁자들을 저만치 따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유유히 앞으로 치고 나와 가장 먼저 마지막 주자 제이슨 레작에게 바통을 넘겼다. 112년 올림픽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 젖힌 영웅은 그렇게 탄생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올림픽 사상 최초로 단일 대회 8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펠프스는 베이징올림픽 수영 경영 마지막 종목으로 치러진 남자 400m 혼계영에서 미국의 세 번째 주자로 출전해 3분29초34의 세계신기록 수립을 이끌며 이번 대회 8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혼영 400m, 계영 400m, 자유형 200m, 접영 200m, 계영 800m, 개인혼영 200m, 접영 100m, 혼계영 400m. 모두 8개 종목에서 7개의 세계신기록과 1개의 올림픽신기록을 수립한 펠프스의 ‘베이징 신화’는 이렇게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이로써 펠프스는 미국의 ‘수영 전설’ 마크 스피츠가 지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작성한 단일 대회 최다 7관왕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초대 올림픽이 열린 이래 112년 만에 처음으로 8관왕에 오르는 역사를 수립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미 6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펠프스는 23세의 나이로 올림픽 개인 통산 최다 금메달 수도 14개로 늘렸다.

■ 펠프스 인터뷰/ "엄마가 보고 싶어요…런던땐 다른 종목 도전"

"온갖 감정들이 머리 속에 가득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올림픽의 새로운 전설이 된 마이클 펠프스는 엄마부터 찾았다. 물을 벗어난 수영황제는 그저 23세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17일 8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펠프스는 곧장 관중석으로 달려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어머니 데비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16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뒷바라지해온 어머니였다. 펠프스는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가끔 그 이야기를 하시며 놀린다"며 웃었다.

펠프스는 자신의 레이스를 "불가능한 것은 없다(Nothing is impossible)"는 말로 압축했다.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없을 거라고 했죠. 하지만 어떤 일을 꿈꿀 수 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저의 모든 꿈이 이뤄졌어요. 물론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8개 가운데 3개의 금메달을 계영에서 따낸 그는 "그간 참여한 세 번의 올림픽 가운데 이번 계영팀 멤버들의 팀워크가 가장 좋았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그는 "2008년 8월 8일에 개막한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를 딴 것은 운명 같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펠프스는 "볼티모어의 집에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친구들도 만날 것"이라면서도 "어머니께서 로마에 가고 싶어하신다"는 말로 내년 로마세계선수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다른 종목에도 도전해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드라마 같은 신화/ 접영 100m 결선 0.01초 差역전

'수영 황제'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지만, 모두가 "설마 8일 동안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마이클 펠프스가 신화를 창조해 낸 17일, 워터큐브를 가득 메운 모든 이들은 그의 믿을 수 없는 업적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7개의 세계신기構?1개의 올림픽신기록. 펠프스는 거침 없이 물살을 갈랐다. 8관왕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는 전진을 계속했지만, 그에게도 어김 없이 아찔한 순간은 있었다.

올림픽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무산될 뻔했던 가장 위험한 순간은 지난 11일 400m 계영. 첫 번째 영자로 나선 펠프스는 호주의 이몬 설리반에게 뒤져 2위로 골인하고 말았다. 미국은 200m 지점에서 잠시 1위를 탈환했지만 복병 프랑스에게 역전을 당하며 경기 막판까지 2위에 그치고 있었다.

더구나 프랑스의 마지막 영자는 베이징올림픽 자유형 100m 우승을 차지한 단거리 최강자 알랭 베르나르. 미국의 앵커 제이슨 레작은 레이스 막판까지 베르나르에 1m 이상 뒤지며 펠프스의 8관왕 도전은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레작은 믿을 수 없는 막판 스퍼트로 베르나르를 0.08초 차이로 따돌리며 펠프스에게 가장 값진 금메달을 선사했다. 펠프스는 레작의 거짓말 같은 역전극을 바로 앞에서 바라보며 워터큐브가 떠나갈 듯한 괴성을 질렀다.

펠프스에게 닥친 두 번째 위기는 16일 접영 100m 결선. 펠프스는 50m를 24초04에 끊으며 8명의 결선 진출자 중 7위에 그쳤다. 그러나 펠프스는 턴과 동시에 힘찬 돌핀킥으로 추격에 나섰다. 앞선 경쟁자들을 차례로 따돌린 펠프스는 마지막 순간에 2위 밀로라드 카비치(세르비아)를 단 0.01초 차이로 제치고 드라마와도 같은 역전극을 마무리했다. 세르비아 관계자들이 조작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승부였다.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은 펠프스가 8관왕의 업적을 이룬 17일 공식기자회견 자리에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축하메시지를 보낸 후 "운이 따라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9일 동안 예선과 결선을 합쳐 무려 17번의 레이스를 펼쳐야 했던 펠프스. 첫 금메달 소식을 알려온 10일부터 시작된 '수영 황제'의 금빛 레이스는 그렇게 두 번의 위기를 거쳐 완성된 작품이었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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