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대처하는 공무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있다. 거리의 정치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납작 엎드려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침체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공무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공무원들의 마음을 열도록 해야 한다. 크로슨(Crewson)에 따르면 공무원은 사회와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성취감을 느낀다. 이러한 공무원들에게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위상을 세워주고, 칭찬과 격려의 조직문화를 조성하여 국가발전 주체로서의 자긍심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사기진작의 첫 걸음일 것이다.
정부가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효과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모든 공무원들이 하나되는 소통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기에 빠진 제록스를 구한 앤 멀케이(Anne Mulcahy) 여사, 빌 게이츠(Bill Gates) 이후의 MS를 성공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 등 쟁쟁한 CEO들, 그리고 톰 피터스(Tom Peters), 짐 콜린스(Jim Collins) 같은 경영학의 구루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기업 성공의 비결은 조직 내 벽이 없는 의사소통과 구성원의 헌신이다.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통하여 공무원이 정책생성의 담당자라는 동기를 부여하고, 정책과정에 대한 참여와 책임성을 강화하며 정책결정권자와의 거리를 좁혀 공무원의 인정감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지속가능한 성과창출을 위해서 공무원들이 공공에의 복무와 개인적인 삶 가운데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도한 업무독려는 불만과 피로만 가중할 우려가 있다. 미국 인사관리처(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에 따르면 오후 세시 증후군(3 O'clock Syndrome)이라 하여 자녀들이 하교하여 집에 돌아오는 오후 세시 무렵에는 여성 직원들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여성공무원이 45%에 육박하고 기혼 공무원 중 절반 이상이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출퇴근시간이 1시간 이상인 직원들이 대다수인 현재의 정부 구조에서 총 근무시간을 중시하는 최근의 경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재충전을 위한 휴식과 공무원 가족에 대한 배려는 낭비되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투자되는 자본금이다. 최근의 조직관리기조는 ‘재미있는 조직만들기(Fun Management)’임을 상기하고자 한다.
지금 당장 조치는 어렵더라도 공직사회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의 보수 인상은 곤란하더라도 임기 중 달성할 보수 수준을 제시하여 특히 중ㆍ하위직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희망과 헌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인재육성에 대한 각별한 의지를 밝히는 방안도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공무원들도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희구하고 있으며, 퇴직 이후에도 무언가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경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도록 보장하는 인재양성이야말로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공무원에게 크나큰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건국 이래로 대한민국 공무원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여 왔다. 복지부동과 부정부패 등 비판적 시각도 많으나, 이 정도로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도 드물다. 이러한 우수 인적자원을 높은 사기로 점화할 때, 잘사는 국민ㆍ따뜻한 사회ㆍ강한 나라의 선진 일류국가는 바로 우리의 눈 앞에 만개할 것이다.
이선우 한국인사행정학회 회장 ·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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