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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원의 추억' 국빈 예우로 봐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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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원의 추억' 국빈 예우로 봐주길

입력
2008.08.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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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터졌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라고 베이징올림픽 펜싱 은메달리스트인 남현희 선수는 말한다. 자기에게 닥친 일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켜 위기를 극복하고 위업을 이루게 된 것이 긍정적인 사고 덕분임을 이야기 해준다.

얼마 전 부시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우리 서초구청 공무원들이 거리에 나가 양국 깃발을 흔들며 환영한 것을 두고 부정적인 말들이 많다. 어떤 이는 '동원의 추억'이라고 하여 과거의 망령이라고 치부하거나, 또는 인권유린 행위로 21세기에 되살려서는 안 될 미덕이라고까지 매도한다. 이것이 정말 부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가.

고사성어 중 토포악발(吐哺握髮)이란 말이 있다. 중국 고대 주왕조(周王朝)에서 제도와 문물을 완성했던 인물인 주공(周公) 조차도 밥을 먹거나 머리를 감을 때에 손님이 오면 먹던 밥은 뱉어냈고, 감던 머리는 쥐고 바로 뛰쳐나가 마중을 했을 정도로 손님맞이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말이다.

또한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扁)을 보면 공자에게는 3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벗이 있어 멀리서 오면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했다. 이러한 성현의 말 속에는 손님을 맞이하는데 예의를 갖추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내포되어 있음을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필자도 해외 자매도시들을 방문할 때 낯선 외국에서 주민(공무원)들이 환영해주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의 스기나미구나 영국의 로더럼시를 방문했을 때 입구에 도열한 사람들의 표정에 나타난 환영의 메시지는 그 도시의 이미지를 좋게 할뿐만 아니라, 양도시간의 우호협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었다.

사정이 이럴진대 우방국의 대표가 방문하는 진입로에 단순히 공무원이 나가 환영을 했다는 것만으로 독재시대로의 회귀라고 하거나 나라망신을 시켰다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폄훼해서 되겠는가? 그것도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 서초구청에서 강제로 공무원들을 길거리로 끌어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면서 말이다. 더구나 요사이 공무원들이 의식수준이 높아 누가 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사정을 해도 쉽지 않다는 점도 간과한 것 같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이 나중에 동원된 공무원들에 의해 열렬히 환영받았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을 것이라며 이를 두고 창피하다거나 나라를 망신시킨 일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무엇이 창피하단 말인가? 역지사지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해외순방 시 해당국의 국민들이 합당한 예우를 갖추어 정중히 대접해 줬는데, 알고 보니 공무원들이 짜고 치고 한 짓이었다. 그러니 그것이 우리의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에 어긋날 뿐더러 자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행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지 되묻고 싶다.

오늘날처럼 국제관계가 더 없이 중요한 때에 국익차원에서 더군다나 방문객이 세계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좀더 신경 쓰면 좋지 않은가? 영국이나 프랑스 등 자존심 강한 선진국들도 미국원수에 대한 예우가 각별하다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게다가 부시대통령이 적이 아니라 맹방의 국가원수로서 어려운 시기에 좋은 뜻으로 방문했는데 우리가 예전처럼 엄청난 환대를 해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방국자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위로한 것이 시대착오인가?

부연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려 든다면 한이 없다. 여기서 필자는 손님맞이의 대한 예의는 5공의 추억이 아니라 우리민족이 동방예의지국으로서 5,000년 역사동안 지속된 우리 몸속에 체화된 추억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좀 더 유연한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봐주길 기대한다.

박성중 서초구청장 · 도시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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