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지난 8일. 올림픽 개막은 중국 투자자들에게 오매불망 기다렸던 ‘상승세 전환’의 계기였지만 이날 상하이 증시는 되레 4.47%나 폭락했다. 주말을 쉰 증시는 월요일(11일) 다시 5% 넘게 고꾸라졌고 5일 연속 이어지던 하락세는 15일에야 겨우 멈춰섰다.
# 올림픽을 맞아 중국 내 대대적인 판촉광고를 펼쳤던 삼성, LG, 소니 등 가전업체들은 개막 후에도 꿈쩍 않는 TV 판매량에 비상이 걸렸다. 현지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인들의 소비 위축이 본격화되는 것 같다”며 “장기적인 판매전략 수정까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중화(中華)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올림픽 유치후 안정 속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 경제 곳곳에 심각한 균열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일 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나라. ‘중국발(發) 쇼크’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가고 있다. 관련기사 면
불과 10개월 만에 지난해 말 고점 대비 60% 이상 폭락한 주가는 중국경제의 거품 붕괴 상징일 수 있다. 2003년 이후 6년 연속 잠재성장률(물가상승 없이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을 1%포인트 이상 넘어서는 실질성장률을 보인 점도 역으로 과열이 누적되었음을 시사한다.
2004년 이후 2배 이상 뛰었던 대도시의 집값 역시 지난해 말부터 급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과 인접한 선전의 집값 상승률은 6월과 7월 급기야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졌다. 집값 폭락은 평균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통해 금융권 전반의 부실로 번질 수 있다.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를 낙관했던 전문가들은 올림픽 전까지 중국의 성장동력이 투자였다면 이후에는 왕성한 내수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과열의 후유증은 이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올들어 7~8%로 뛰어오른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중국 당국의 통화긴축 정책은 소비심리에 치명적이다. 세계경제 침체와 위안화 절상 등이 맞물려 올 상반기 무역흑자가 10% 이상 줄어드는 등 수출여건 또한 악화되고 있다.
올림픽 후 중국경제의 둔화가 ‘경착륙’으로 이어진다면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전체 수출의 20%가 넘는 대중(對中) 수출이 감소하면 수출이 유일한 버팀목인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숱한 중국펀드 투자자와 중국진출 기업들의 피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제품가격 상승 역시 곧바로 우리 수입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삼성경제연구소 표민찬 수석연구원은 “올림픽 이후 중국의 성장률 급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장기적 안목으로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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