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74ㆍ구속)씨가 공기업 전 임원 등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김종원(구속)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의 공천을 위해 청와대나 정치권에 로비를 한 흔적은 찾아내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우병우)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받게 해주겠다"며 김 이사장으로부터 지난 2월 13일과 25일, 3월 7일 모두 30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계좌추적 결과 김씨는 7억3,000만원을 오피스텔 보증금, 아들과 손자의 외제차 구입대금, 아들의 외환선물 투자자금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고 23억원은 김 이사장의 공천 탈락 이후 돌려줬다.
김씨는 지난 7월 전 석유공사 고문 윤모씨와 전 교통안전관리공단 기획본부장 한모씨에게 "공기업 감사가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각각 5,000만원과 1억원을 받고 지난 6월 지인에게 "아들을 대기업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이 돈 중 일부와 아들의 외제차 매도대금 등을 더해 마련한 2억4,000만원을 김 이사장에게 추가로 반환했다. 김씨가 돌려준 돈은 모두 25억4,000만원으로 4월 10일부터 7월 16일까지 20억원, 2억원, 2억원, 9,000만원, 5,000만원 등 5차례에 걸쳐 반환됐다.
김씨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친박연대 관계자와 전 국회의원 오모씨의 부인에게도 공천 알선 제안을 했으며 오씨 부인에게는 30억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5,400여회에 걸친 김씨와 공범 김모씨(구속기소)의 휴대폰 통화내역도 추적했으나 청와대나 정치권 등에 대한 로비 흔적은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이 대통령 부부의 가정부와 운전기사, 김모 전 의원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대출금 변제, 공천서류 마련 방법 문의 등 개인용도의 통화였다"며 "청와대나 정치권 인사와의 통화는 없었으며 청와대에 출입한 사실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김 이사장에게서 받은 돈 중 19억7,000만원을 3월26일 계좌에 첫 입금한 것으로 나타나 이 돈의 입금 전 행방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뒤늦은 입금 이유를 추궁했으나 김씨는 '내가 보관하고 있었다'는 진술을 고수했다"며 "진술번복 없이는 이 돈이 정치권에 유입됐다가 다시 반환됐는지 여부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옥희씨 검사실서도 허세/ "냉방 이것밖에…내가 청와대에 말해주겠다"
김옥희씨는 검찰에 구속된 뒤에도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라는 점을 내세우며 허세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 초기 김씨는 담당 주임검사에게 "검사실이 더운데 원래 검찰청 냉방이 이것밖에 안 되냐"며 "내가 청와대에 얘기해 잘 되게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체포 직전인 7월 말 자신에게 수사망이 뻗쳐올 때는 공천 로비를 공모한 브로커 김모씨를 만나 "네가 다 책임지고 들어가면 내가 빼 줄 수 있다"며 "네가 나의 장세동이 돼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김씨는 김종원 서울시버스조합 이사장 등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가족에게 호화로운 선물을 사주는 등 '통 큰' 면모도 보여줬다. 아들에게는 벤츠 ML350, 손자에겐 벤츠 SLK를 사 줬다. 며느리에게는 아파트 보증금으로 5,000만원, 아들에겐 외환선물에 투자하라며 2억원을 건네기도 했다.
심지어 김씨의 아들은 '눈먼 돈'으로 쇼핑을 하면서 하루 1,000만원을 낭비하는가 하면 4개월 동안 월평균 800만원의 체크카드를 긁어대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부정한 돈으로 애정을 과시하려 했던 비뚤어진 모정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아들과 손자 등 김씨 가족은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전화도 받지 않는 등 김씨를 철저히 외면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족이 변호사를 구해주지 않아 검찰이 나서 김씨에게 국선변호사를 선임해 줬다"고 전했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듯 김씨는 최근 "밖으로 나가고 싶지도 않다"며 눈물만 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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