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여자 개인전이 열린 14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 이제껏 어느 경기장에서도 볼 수 없었던 중국 팬들의 광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중국의 장주안주안이 8강과 4강에서 ‘최강’ 한국 선수들을 차례로 물리치자 “짜요~” 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박성현과 장주안주안의 결승전이 시작됐다. 장주안주안이 첫 발을 10점에 명중시키자 중국 관중들의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곧 이어 박성현이 조준을 시작했다. 활을 쏘는 순간에는 응원을 멈추고 정숙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박성현이 시위를 당기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응원석의 한 관중이 박성현이 활을 쏘는 순간에 맞춰 호루라기를 불었던 것. 깜짝 놀란 조직위원회(BOCOG) 직원들이 제지에 나섰지만 아무런 책임감이 없는 자원봉사자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직위 측에서 호루라기를 압수하자 이번에는 또 다른 관중이 소음 응원에 나섰다. 박성현이 3점차로 앞선 채 2엔드가 시작되자 왼쪽 스탠드 맨 앞줄에 자리잡은 한 중국인 관중이 패트병을 양 손에 쥐고 박성현이 활을 쏘는 순간마다 두드려대기 시작한 것.
잠실구장의 3만명 관중 앞에서, 경륜장과 올림픽공원에서 소음에 대비했던 박성현에게도 중국인들의 상식을 초월한 소음 응원은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이었다. 온 신경을 극도로 집중시킨 상태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 나오는 호루라기와 패트병 소리는 박성현을 크게 흔들리게 했다. 특히 박성현이 1점 차로 역전 당한 상황에서 시작된 마지막 엔드에서 중국 관중들은 알아듣기 힘든 고함 소리를 내지르며 박성현을 괴롭혔다.
결국 박성현은 결승전 4엔드 12발의 화살 중 무려 4발이 8점에 그치는 난조를 보이며 눈앞의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반면 국민들의 저급한 행동에 중국 양궁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은 빛이 바래고 말았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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