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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영·호남 셔틀콕 남매 환상의 호흡… "누나 우리가 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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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영·호남 셔틀콕 남매 환상의 호흡… "누나 우리가 해냈어"

입력
2008.08.1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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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 코트를 지배한 건 자신감이었다. 상대는 세계 1위였지만 주눅들지 않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결승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싱거운 승부였다. 12년 만의 금메달을 따내는 데는 37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이용대(20)-이효정(27ㆍ이상 삼성전기) 조가 17일 베이징공과대학 체육관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인 인도네시아의 노바 위디얀토-낫시르 릴리야나 조를 2-0(21-11 21-17)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혼합복식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것은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김동문-길영아 조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한국은 또 배드민턴 마지막날 금메달을 따내며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김동문-하태권 조가 남자복식 우승을 거둔 데 이어 2연속 금빛 스매시에 성공했다. 한국은 주최국 중국이 5개 종목 싹쓸이를 선언하고 나선 이번 대회를 금메달 1개, 은 1개, 동 1개로 마감하며 당초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했다.

이용대-이효정 조는 랭킹 10위에 불과하지만 올 1월 말레이시아오픈과 코리아오픈에서 세계 최강의 위디얀토-릴리야나 조를 연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이-이 조는 1세트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공수에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5-0으로 앞서 나간 이-이 조는 9-6까지 추격을 당했지만 이효정과 이용대가 번갈아 공격에 성공했다. 11-6으로 작전 타임을 맞은 이-이 조는 공세를 늦추지 않고 1세트를 17분 만에 21-11로 따냈다.

2세트 들어서도 이-이 조는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용대의 강력한 후위 스매시와 큰 키를 활용한 이효정의 위력적인 네트 플레이를 앞세워 12-4까지 앞서 나갔다. 금메달이 거의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세계 1위의 인도네시아 조는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았다. 10-13, 12-15까지 따라 붙은 후 2세트 후반에는 17-19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대의 추격에 쐐기를 박은 건 막내 이용대였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이용대는 강력한 스매싱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올림픽 첫 출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용대는 바닥에 쓰러지며 포효했다.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대회 남자복식에서 잇달아 은메달에 그쳤던 이동수 코치는 자신의 한을 풀어준 제자와 포옹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짜~요’ 함성과 오성홍기의 물결이 사라진 관중석에서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대~한민국’이 울려퍼졌다.

한편 전날 열린 남자복식 이재진(25ㆍ밀양시청)-황지만(24ㆍ강남구청) 조는 덴마크의 파스케-라스무센 조에 2-1(13-21 21-18 21-17)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를 걸었던 남자단식의 이현일(28ㆍ김천시청)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첸진에게 1-2(16-21 21-12 14-21)로 패했다.

■ 이용대·이효정조는/ 작년 파트너 되자마자 스위스오픈 우승

이용대(20)-이효정(27) 조는 지난 해 3월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후 7월부터 본격적으로 복식조를 이뤘다. 수 차례 파트너를 바꾸는 시행착오를 겪은 후 이용대의 패기와 이효정의 노련한 경험이 돋보이는 최상의 조합을 맞춘 것이다.

이용대와 이효정의 나이 차는 7세. 화순실업고 1학년 때 태극마크를 처음으로 달며 박주봉-김동문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은 이용대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리지만 나이답지 않게 안정된 경기 운영능력이 장점이다. 반면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인 '누나' 이효정은 큰 키(181㎝)를 활용한 위력적인 네트 앞 공격이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이 조는 지난 해 호흡을 맞추자 마자 스위스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7월 다시 복식조를 이룬 이후 태국오픈과 세계선수권 등에서 모두 초반 탈락하는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올 시즌 첫 대회인 1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위디얀토-릴리야나 조를 4강에서 꺾고 준우승을 차지한 후 코리아오픈에서도 세계 톱 랭커들을 잇따라 물리치면서 혼합복식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이-이 조는 여세를 몰아 3월 독일오픈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세계 랭킹을 10위권까지 끌어 올렸다.

이효정과 이용대 모두 금메달에 대한 감회는 남다르다. 그 동안 라경민, 이경원 등의 그늘에 가렸던 이효정은 지난 15일 열린 여자복식 결승에서 '언니' 이경원의 부상 탓에 눈물을 흘렸다. 이용대는 정재성과 호흡을 맞춘 남자복식에서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탈락하는 아픔을 당했다. 그러나 오뚝이처럼 다시 耉底?올림픽 첫 금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이효정은 "경원이 언니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하라고 했는데 잘 됐다. 경원이 언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고, 이용대는 "상대적으로 혼합복식에 거는 기대가 덜해 부담없이 할 수 있었다. 런던 때는 남자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다짐했다.

■ 역시 효자종목!

한국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2000년 시드니 대회를 뺀 네 차례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수확하는 등 금 5개, 은 6개, 동 3개를 건져올렸다.

특히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종목은 복식. 2004년 아테네에서 김동문-하태권 조와 이동수-유용성 조가 남자복식 금, 은메달을 나눠가지는 등 5개 가운데 4개의 금메달이 복식에서 나왔다. 92년 박주봉-김문수 조에서 비롯된 '환상의 복식조'라는 별명은 그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대가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세계랭킹 3위인 남자복식 정재성-이용대 조에게 기대를 걸긴 했지만 금메달을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유일한 우승 후보였던 이들이 지나친 부담 탓인지 1회전에서 탈락하자 대표팀은 충격에 빠졌다. 남자복식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여자복식의 이경원-이효정 조도 결승 도중 이경원의 발목 부상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이용대와 이효정은 각각 남자복식과 여자복식에서 흘린 통한의 눈물을 금빛 스매싱으로 날려버렸다. 이들은 배드민턴 혼합복식의 '연상녀-연하남' 공식도 이었다. 이들보다 12년 앞서 금메달을 땄던 김동문-길영아 조 역시 5세 터울의 연상녀와 연하남이었다. 남자복식 이재진-황지만의 동메달까지 더해 한국 배드민턴은 베이징에서 각기 다른 색깔의 메달을 하나씩 가져가는 쾌거를 올리며 한국 스포츠계의 효자임을 입증했다.

베이징=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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