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고도성장을 추진한 이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배치되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주요8개국(G8) 확대정상회의와 11일 국회 개원연설에서 이미 녹색성장을 언급한 적이 있다. 다만 당시 이 대통령의 인식은 녹색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원론적 구상의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번 경축사의 내용은 기존 뼈대에 살을 붙인 셈이다.
청와대는 미래기획비서관실 주도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미래기획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경축사의 기본 방향을 잡았다. 여기에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세부 내용을 채워넣고, 박 기획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맹형규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이 참여한 실무회의에서 내용을 가다듬었다. 이 대통령은 최종 작성과정에 3차례 직접 참석했다.
경축사에 녹색성장을 담은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이유 외에 이 대통령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한반도대운하 건설 논란 등에 따른 환경 파괴 이미지가 강하게 묻어 있기 때문에 이를 희석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이미지(PI) 관리 차원에서 녹색성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녹색성장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며 "녹색성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결심도 무척 확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 간에는 녹색성장이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인지에 대해 미묘한 인식차가 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기존 성장 패러다임을 혁신한 것으로 사실상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박병원 경제수석은 "성장의 원천을 환경과 에너지에서 찾겠다는 것일 뿐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재원을 마련하려면 정부가 골머리를 썩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녹색성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광복 63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식'은 국내 최초로 행사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이를 상쇄하기 위한 숲을 조성하고 태양광 시설 운영을 지원하는 탄소중립형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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