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불리오시 지음ㆍ홍민정 등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84쪽ㆍ1만3,000원
"석유 확보 또는 정치적 목적 등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이야기를 지어낸 것은 부시와 그 측근들이다. 4,000여명이나 되는 미군을 전사하게 만든 부시 대통령을 일급 살인죄로 고소한다."
106건의 재판에서 105건을 승소, 21건의 살인사건에서는 단 한 번도 패소하지 않아 '미국 최고의 검사'로 불리는 빈센트 불리오시가 생애 최대의 모험에 뛰어들었다. "조국에 대해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사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법조인의 선택이다.
이 책은 전쟁으로 무고한 젊음이 어떻게 스러져 갔던가를 다큐처럼 형상화, 부시의 고의성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도로에 매설된 IED(급조 폭발 장치)의 폭발로 목숨을 앗긴 꽃다운 미국 병사들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되살리면서, 부시의 거짓말이 얼마나 철저하고 비열했던가를 보여준다. 파병 장병의 9할은 후세인과 이라크를 9ㆍ11의 배후로 확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WMD(대량 살상 무기)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부시 행정부는 즉각 입장을 바꾸어 이라크 국민의 해방과 자유선거 실시를 전쟁 정당화의 명분으로 삼았다. 석유 확보, 정치적 승리 등 진짜 원인은 철저히 함구했다. 또 "지쳐 쓰러질 때까지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배워야 할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3분의 1 이상을 휴양지에서 보냈다"는 사실도 기소장에 추가될 항목이다.
노련한 법률가의 결론은 이렇다. 미국의 연방법으로서는 전쟁에서 미군 장병 4,000여명이 전사한 데 대해서만 기소할 수 있다. 연방법 표제 18.2조(b)항이 규정하는 바, 부시는 제3자가 살인을 하도록 유도하였기 때문에 형사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체니, 라이스 등 내부 공모자들도 그 같은 법률적 수순을 피할 수 없다.
책은 나아가 부시와 빈 라덴 사이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교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것은 결국 부시에 대한 노골적 야유다. 그는 "둘이 공모한 게 아니고서야, 취임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렇게 형편없이 행동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시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무책임한 인물인지 책은 집요하게 파고 든다.
불리오시는 저명한 논픽션 작가이기도 하다. 살인마 찰스 맨슨 사건을 다룬 <헬터 스켈터> , O J 심슨 사건을 다룬 <분노> 등을 써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그의 어조는 서릿발이다. "차기 대통령이 부시를 사면하는 가당찮은 일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재임 기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부시를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건국 후 처음으로 국민들이 하루하루 떨며 살아가는 나라가 됐다"며 "사악하고 위험한 우파가 지배하는" 나라를 걱정한다. 분노> 헬터>
김두식 경북대 법대 교수는 해제에서 "미국 국민들은 부시 대통령 지지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 책은 미국인들의 하늘을 찌르는 탐욕을 지적하는 미국 법률가의 뼈아픈 반성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즉시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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