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긴급성명을 통해 "미국은 그루지야의 민주정부를 끝까지 보호할 것이며, 러시아는 즉시 그루지야 영토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을 비판했다.
이와 같은 시각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휴전 협상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그루지야"라며 미국의 일방적인 철군 주장을 반박하는 등 그루지야 분쟁이 본격적인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적 대결구도로 확대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루지야 국민들은 스스로 투표를 통해 자유진영에 편입되기를 선택했으며, 미국은 그루지야 국민 편에 설 것"이라며 "인접국가를 힘으로 위협하던 냉전시대는 이미 종식됐으며, 미국과 긴장관계에 놓이는 것은 러시아의 국익에도 해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한편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그루지야에 인접한 러시아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 소치에서 평화 중재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갖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그루지야,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등이 위치한) 카프카스 지역의 수호자이며, 그루지야에서 독립을 원하는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 지역 주민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이 두 지역을 다시 그루지야에 반환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거부했다. 또 미국의 폴란드의 MD기지 설치 합의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앞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4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으로 러시아와 현재 진행중인 중장기 전략적 회담과 기존 협력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러시아의 협조 속에 추진해 온 테러와의 전쟁이나 북한ㆍ이란 핵 확산 방지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러시아는 주요8개국(G8) 회담에서 배제되거나, 야심차게 추진해온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서 미국의 협조를 기대하는 게 어려워 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으로 부시 정부와 모스크바 간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이란 핵개발 억제와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위(MD)체계에 대한 재검토 필요해졌다"고 보도했다.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의 그루지야 분쟁 개입은 러시아가 슈퍼파워의 지위를 회복했을 뿐 아니라 옛 소련 영토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했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더 이상 푸틴을 신뢰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게이츠 장관은 "국가 안보정책은 이해관계와 현실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답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그루지야 분쟁 이전과 같을 수 없음을 시사했다.
전날 그루지야 철군을 약속했던 러시아군은 15일 여전히 수도 트빌리시에서 75㎞ 떨어진 요충지 고리의 주 출입도로에 대한 봉쇄를 풀지 않고 있다고 AFP 등 외신이 전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5일 그루지야 지원을 위해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해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그루지야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조속한 휴전을 위해 프랑스가 중재한 러시아ㆍ그루지야 사이 휴전협상안을 재검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라이스는 그루지야에서 "그루지야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즉시 철군한다는 것은 휴전 안에 명백하게 규정돼 있으므로, 러시아는 즉시 그루지야 영토에서 철수해야 한다"며 "다만 남오세이타와 압하지야 지역의 지위문제는 보다 까다로운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방안을 추후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오세이차와 압하지야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그루지야 지역에 국제 평화유지군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혀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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