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앙 일간지의 1면 머릿기사들이 비슷하다. 오랜만에 보는, 드문 일이다. 그간 양패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던 신문들이 베이징 올림픽 소식을 전하느라 분주하기 때문이다.
사실 중앙 일간지들의 1면 머릿기사가 좌우로 나뉘어져 서로 극명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김대중 정부때도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편가르기'를 한 적은 있으나 세무조사를 받는 언론사와 소수 진보신문과의 신경전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언론이 양편으로 극명하게 나눠진 것은 노무현 정부때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주창하며 직접 언론과의 '전선'을 형성했고, KBS와 MBC등 공중파 방송을 이 싸움에 동원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달라진 점은 시민사회가 가세했다는 점, 그리고 직접 공중파 방송 장악을 시도하고있다는 점이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논쟁이 극에 달했을 때 시민사회는 언론사를 물리적으로 공격하고, 광고주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관철시켰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와 KBS 정연주 사장의 퇴진 문제에 관해서도 언론들은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중앙 언론이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등으로 나뉘어 이른바 '정파적 저널리즘'의 극치를 달리고있다.
서로들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진보언론은 보수언론을 상대로 '일부 보수신문, 친정부신문, 극우신문" 등으로, 보수언론은 진보언론을 향해 "군소 조간신문, 좌파신문, 진보성향신문" 등으로 부른다.
김호기의 사회비평집 <말, 권력, 지식인> 을 인용하면, 일반적으로 진보주의는 좌파, 보수주의는 우파에 속하며 변화를 중시하면 진보주의로, 안정을 중시하면 보수주의로 분류한다. 말,>
또 좌파는 더 많은 평등을 원하는 그룹, 우파는 평등을 부정하지는 않되 사회가 불가피하게 계층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그룹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우리 언론은 어떤가. 이러한 틀에서 볼 때 우리 언론에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입(代入)은 그리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친정부와 반정부'라는 정파적 구별 만큼은 확실하다.
오히려 '한국 지식인들의 이념지도'를 그려내 화제가 됐던 재일동포 학자 윤건차의 분석은 참고할 만하다. 그는 저서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 에서 "한국의 지배층은 종종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세력과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진보진영의 관계로 의제화 해왔다. …수구세력은 자유민주주의 보다는 권위주의적 독재, 통일보다는 분단의 지속, 자주보다는 예속을 통한 기득권 확보를 우선시했다"고 밝힌다. 현대>
보수신문들은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 크게 기여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실정에 눈을 감으면서까지 정권유지를 돕고있다. 반면 진보신문들은 이 정부의 실정을 끊임없이 비판하면서 정권의 신뢰도를 끌어내리고있다. 각자 속셈이 있을 것이다. 특히 보수신문들은 공중파의 민영화에 관심을 보이고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파적 저널리즘'의 폐해다. '객관주의 보도원칙'과 '언론에 대한 신뢰'는 실종된 지 오래다. 이미 광고수주와 판매부수의 하락으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뚝 떨어진 것도 그렇다. 보수건 진보건 책임을 통감할 일이다.
조재우 피플팀장 josus62@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