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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과거에 막힌 한·중·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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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과거에 막힌 한·중·일의 미래

입력
2008.08.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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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와 멀지만 경제적, 전략적으로는 아주 가깝다. 호주의 가장 큰 수출시장은 일본 중국 한국 순이며 안보적 이해관계도 적지 않다. 호주의 경제학자 및 기업인들은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나 같은 지역 분석가들이나 전략분석가들은 해결되지 않은 식민주의 역사가 서울 도쿄 베이징 간 더욱 긴밀한 경제적 통합 및 외교적 협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향후 100년의 아시아가 과거 몇 세기의 '귀신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얽히고 설킨 영유권 분쟁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로 촉발된 서울-도쿄 간 외교적 갈등은 이런 우려를 확인해 준다.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 간 자유무역협상은 더 힘들어졌고 일본이 계획했던 한중일 간 지도자 회의는 취소될지도 모르며 6자 회담에서 한일 협력도 더 어려워지게 됐다.

독도를 둘러싼 외교적 교착상태는 네 가지 이유로 더욱 걱정된다. 첫째, 한국과 일본이 '신 미래 지향적 관계'를 정립하려는 때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위싱턴 다음으로 방문한 국가가 일본이었으며, 아베 총리는 베이징 다음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이로써 한미일 삼자간 안보관계가 회복되었으며 장기간 지연된 동북아시아 지도자회의에 대한 계획도 재개되었는데 이제 그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둘째,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중심이 동북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으며 갖가지 영토분쟁은 전 세계적으로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에는 이웃나라들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탈식민지 분쟁이 있으며 중국은 일본 한국과 분쟁이 있고 한국은 일본과 중국, 북쪽의 평양 정권과도 분쟁이 있다. 이 오랜 분쟁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 지역의 부와 군사력 증가는 이해당사국들이 그들의 주권 주장(sovereign claim)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런 분쟁이 반복적으로 외교적 교착 상태와 무력 위협으로 번지는 일이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에서 정부의 주권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이해 집단은 정부에 강성 대응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영토분쟁은 해결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각국은 그 나라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제사법 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은 그 주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한국은 독도 영유권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하자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 일본이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일본이 실효 지배) 영유권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하자는 중국측 주장을 무시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신 그런 주장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으려 하고 국내외적으로 지지를 모으려 한다. 국내 지지를 얻는 일은 쉽지만 국제적 지지를 모으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적대적 민족주의가 걱정

동북아 및 주변국가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퇴진, 대미, 대일 관계를 중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양안관계를 호전시키는 마잉주 대만 총통 당선 등으로 동북아 역내 새로운 화합과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일본 간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한일 간 독도 영유권 분쟁은 동북아 내 분쟁의 역사가 협력의 미래를 다시 궁지에 몰아넣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영토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동북아의 미래는 적대적 민족주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고, 외교적 긴장도 계속될 것이다.

■ 필자는 호주 시드니의 Lowy Institute for International Policy의 동아시아 프로그램 원장이며 한국과 일본에서 거주하고 일을 했다.

말콤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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