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패키지 상품에는 최고 1억원까지 보장되는 여행자보험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달 남미 배낭여행 상품을 고르던 A씨는 B 여행사 관계자에게 이런 설명을 들었다. B 여행사를 택해 여행을 떠난 A씨는 이과수 폭포 관광 중 발을 헛디뎌 엉덩이뼈 등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현지 병원에서 수술비 등 치료비로 4,000만원이 든다는 진단을 받고 여행사에 연락했으나,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1억원은 사망 사고에만 해당하며, 상해 보상금은 최대 5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씨는 현지 치료를 포기하고 긴급 후송료로 1,500만원을 부담하고 귀국, 국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17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A씨처럼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에 포함된 보험만 믿고 출국했다가 낭패를 본 여행객들의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
대부분 여행사가 '최대 보장금액'만 강조하고 상해 보장 한도는 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개별 여행객이 별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조차 고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C손해보험의 여행보험에 가입한 여행사 중 85%가 상해 보장 한도가 300만원 미만인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5%는 한도가 100만원에 불과한 상품에 가입했다.
여행 전문가들이 '적정 상해 보상한도'로 추천하는 1,000만원 보장 보험에 든 업체는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여행사 모두 고객과 상담할 때는 '1억원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행사들의 얌체 행각은 고객 1인당 보험료 단가를 1,000~2,000원 가량 낮추기 위해서다. 10일짜리 여행보험의 경우 300만원 상해 보장 보험료는 6,500원 가량이며, 같은 조건의 500만원 보장 보험료는 8,500원 내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여행사 입장에서는 1인당 2,000원이면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여행자가 여행사의 과대 선전 내용을 그대로 믿어, 보험료를 추가로 내고 상해ㆍ질병 보장 한도를 높이는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가 보장하는 서비스에만 의존해 출국하는 여행객 비율이 70~80%에 달한다"고 말했다.
A씨도 "여행사가 사망하면 1억원, 다쳤을 경우에는 500만원만 보장한다고 했다면 보험료를 더 내고 상해 보장 한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와 피해 고객들의 항의에 대해 여행사들은 오히려 당당하다. D여행사 관계자는 "패키지 상품의 여행자 보험 가입은 의무사항이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해보험협회 홍보팀 곽수경 대리는 "여행객 스스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여행사별 보험 상품을 꼼꼼히 대조하고, 보상 한도가 안심이 되지 않는다면 추가로 보험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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