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란 가부장적인 시선에만 있는 게 아니죠. 비판을 거부하는 그 어떤 시선도 폭력이니까요." 같은 이유로, 목수정(38)씨는 교조화된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거두지 못한다. 그는 책에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레디앙 발행)이라는 제목을,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뼛속까지>
대학로에서 3년 동안 공연기획자로서 겪은 일, 좌파적 전통이 강한 파리8대학에서의 배고프지만 행복했던 유학 시절, 진보 정당에서 예술 관련 일을 하던 시간 등이 글에 녹아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레디앙 홈페이지(www.redian.org)에 연재돼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글과 새로 쓴 글이 함께 있다.
스스로를 비혼(非婚)자, 예술문화운동권 등으로 규정하는 그의 삶은 왼쪽으로 기울되 얽매이지 않는다. 지난 2월, 분당 사태를 지켜보면서 4년 동안 일해오던 민주노동당에서 나온 일은 그의 지향점을 말해 준다. 그것은 문화와 사회가 민주의 원칙 아래 어깨를 겯고 나아가는 세상이다. 파리8대학에서의 석사학위 논문은 '연극과 공공 서비스'였다.
그는 스스로를 아나키스트라 규정하는 60대 초반의 프랑스 예술가(퍼포먼스, 설치, 철학 등) 희완 트로뫼르와 파리의 예술가 구역에서 살다 책의 출판에 맞춰 잠시 귀국했다. '희완'이란 그가 붙여 준 한국식 이름이다.
"남편은 반년의 한국 생활을 접고 지난 6월 파리로 먼저 돌아가 사진 작업을 계속하고 있죠. 즐비한 네온사인 십자가들을 보고 받은 충격 등 자본주의와 문화의 한국적 결합을 주제로 한 것들이에요. DVD로 만들어 프랑스 등지에 소개할 거래요." 이들이 커플이 되기 무섭게 한 일은 이라크전 반대 데모 참가였다.
오늘 광복절은 목씨가 5명의 필자들과 함께 쓴 <2008 촛불 정치,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메이데이 발행)의 출판기념일이기도 하다. "촛불집회 100일째 되는 날이죠." 한국의 현재를 '왼쪽'에서 분석한 이 책에서 그는 문화와 여성 부문 집필을 담당했다. 21일 한국을 뜨기 전, 18일 정동의 한 카페에서 출판기념회 겸 이별 파티를 갖는다.
목씨는 연출가 오태석, 작가 김채원씨의 열렬한 팬으로 오씨의 <천년의 수인> 에서는 기획을 맡기도 했다. "대학로에 마련한 선생의 극장 아룽구지가 운영난에 문을 닫은 일은 우리 연극에 대한 살인 행위예요!" 어조가 뜨거워진다. 불어보다 한국말이 더 입에 붙은 딸 칼리(4)가 항상 옆에 있다. 천년의>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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