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을 까먹고 안 가지고 왔어요. 그래서 기록이 안 나왔나봐요."
한국 수영의 '영웅' 박태환(19ㆍ단국대)이 마지막 종목인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15분05초55의 부진한 기록(16위)으로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긴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열아홉 소년의 표정은 밝았다.
박태환은 레이스 초반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 라이언 코크레인(캐나다) 등 강호들과 선두권을 형성했다. 그러나 200m를 지나면서 점점 뒤쳐지기 시작한 박태환은 650m 지점부터는 3위 자리까지 데이비드 데이비스(영국)에게 빼앗겼다.
지난해 8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이후 정규 코스에서 펼쳐진 공식대회를 한 번도 치른 적이 없는 박태환에게는 부족한 실전경험이 아쉽기만 했다. 더구나 전담팀이 해체되면서 지난 겨울 훈련에 공백기를 겪었던 박태환으로서는 1,500m를 대비해 지구력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던 셈이 됐다.
이 종목 최강자인 호주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은 14분38초92의 기록으로 올림픽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올림픽 수영 사상 최초의 단일 종목 3연패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의 장린은 14분45초84로 박태환의 종전 아시아신기록(14분55초03)을 경신했다.
박태환은 이로써 종전 자신의 주종목이었던 1,500m보다는 단거리에 속하는 200m와 400m에서 선전을 펼치며 올림픽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열아홉의 나이로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당분간 자유형 400m의 세계 최강자로 군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m 역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선수로 꼽히고 있어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의 맞대결이 벌써부터 기다려지고 있다.
박태환은 경기를 마친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가진 퀵 인터뷰에서 "전반부터 (선두권과) 나란히 갔어야 했는데 전반에 너무 떨어지니 후반에 확 벌어졌다"며 "내 기록을 깨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후반에는 정말 답답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그러나 밝은 표정으로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서 죄송하다. 앞으로 훈련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기록을 내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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