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공적 근대화에는 외교의 기여도가 컸다."(박수길 전 유엔대사) "한국 외교가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앞으로 60년 동안 더 많은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하영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한국 외교 60년을 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정리하기 위해 13일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외교통상부와 한국외교협회 주최로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 외교 세미나에서는 우리 외교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한국 외교 60년을 되돌아보는 1세션에서 박수길 전 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외교를 내치의 연장으로 보면서 안보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했지만 유신체제, 인권 탄압, 김대중 납치사건 등으로 인한 외교적 부담은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념의 과잉은 국익에 기초한 일관된 외교 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어렵게 한다"며 "공허한 이념이 아니라 안보, 경제, 국격(國格)의 제고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실용적 가치에 기초한 외교 기조를 제시해야 하고, '비핵ㆍ개방ㆍ3,000'을 넘어서는 더 구체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영선 교수는 "1989년 (탈냉전) 이후 국제적으로 안보와 산업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국내 논리로 이를 재단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며 "동맹과 자주가 싸운다는 것이나 친미냐 친중(親中)이냐를 놓고 논란이 이는 것은 한참 뒤떨어진 사고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산과 인력 등 외교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한ㆍ미ㆍ일, 한중 관계 등을 이중으로 엮어내고 그물망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구종 동아닷컴 사장은 언론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 외교 60년 발제에서 "한국 외교의 여러 공로를 인정한다 해도 냉전시대 한국 외교가 국내정치에 이용되고 정권 안보에 발목이 잡혀 국가 위상을 실추시킨 사례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논공행상 하듯 해외 공관장을 내보내면 상대국에서 어떻게 볼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 등 최근의 대사 인사에 문제도 제기했다.
한국 외교의 향후 과제 관련 2세션에서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조언이 쏟아졌다.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동맹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만 내용이나 형식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하고, 북한만을 겨냥한 동맹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우니 동북아와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신화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실용외교가 중요하지만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자"며 "외교를 잘하려면 내치를 잘 해야 하고, 외교에서는 감정이 중심에 있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각계 각층의 전문가는 물론 국민들의 의견을 많이 경청해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외교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상원 기자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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