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귀신이 붙어 있어요. 그러니 올바로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해를 입어요.”(웃음)
국내 최초의 한의학 박사인 류근철(82ㆍ모스크바국립공대 종신교수ㆍ사진)씨가 KAIST에 578억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했다. 이는 개인 기부로는 국내 최고액이다.
류씨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소원인 ‘대한민국의 과학입국’을 위해 과학 영재의 산실인 KAIST를 세계 최고로 키우는데 일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KAIST와 개인적 인연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부 재산은 서울 적십자병원 앞 빌딩(지상 5층, 지하 2층ㆍ시가 약 520억원)과 경북 영양군의 임야 10만여평,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 아파트(61평형), 골동품(탱화, 벼루 등) 수십 점 등이다. 현재 거주 중인 송파구의 아파트 한 채를 빼면 사실상 전 재산이다. 그는 “가끔 좋은 옷도 입지만, 주로 남대문시장에서 5,000원, 1만원 짜리 옷을 사 입으며 모은 돈”이라며 “하지만 죽기 전에 모두 기부하기로 10년 전부터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류씨는 서남표 KAIST 총장과 기부금 용도에 대해서도 협의를 마쳤다. 빌딩은 매각해서 충남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건립되는 KAIST 세종캠퍼스 부지를 매입하는데 쓰고, 아파트는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기로 했다.
류씨는 재산을 기부하면서 KAIST에 딱 한가지만 부탁했다. 영양군의 임야 10만평 중 3만평을 ‘과학자 및 후원자 묘역’으로 조성해달라고. KAIST 측은 우수 과학자와 그 후원자들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그의 뜻을 흔쾌히 수용했다. KAIST는 답례로 세종캠퍼스를 ‘KAIST 류근철 캠퍼스’로 명명하고 동상과 기념관을 세우기로 했다. 또 류씨를 KAIST 발전재단 명예이사장으로 위촉하기로 했다.
충남 천안시 출신으로 우리나라 한의학 박사 1호(1976년ㆍ경희대)인 류씨는 경희대 교수, 경희 한방의료원 부원장, 초대 한국한의사협회장 등을 지냈다. 또 96년 모스크바국립공대에서 의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이 대학의 종신교수직도 취득했다. 72년에는 최초로 침술로 제왕절개 수술 마취에 성공했고, 이후 한의학과 공학을 접목해 추간판 및 관절 교정기구 등에 관한 국내외 특허 5건을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고향인 천안시 천동초등학교에 다목적 체육관, 게이트볼장을 세울 수 있도록 1억5,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부인과 2남 3녀를 둔 그는 “가족을 설득하느라 조금 힘들었고, 모교인 경희대에는 미안하지만 후회는 없다”며 “내 행동이 국내 기부문화 확산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AIST와 류씨는 14일 오전 11시 KAIST 대강당 세미나실에서 기부금 약정식을 갖는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