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그루지야가 "전투를 중지하고 군대를 전쟁 발발 이전 주둔지로 철수한다"는 내용의 평화 중재안에 합의했다고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13일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그루지야 중부 고리시에 탱크를 투입했다고 그루지야 측이 주장하는데다 러시아 탱크 일부가 고리를 떠나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를 향하고 있다는 미확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휴전 합의를 어긴 채 군사적 행동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는 그루지야의 영토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그루지야를 지지하는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도 자국 영토인 세바스토폴해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흑해함대의 활동을 제한하는 새로운 법령에 서명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13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대가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를 포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고리에 탱크가 없다며 부인했다. 뉴욕타임스는 "두 나라의 지도자가 아직 서로를 증오하고 있으며 휴전 합의도 쉽게 파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아침 트빌리시에서 사카슈빌리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 그루지야 모두 중재안을 수용했으며, 이를 문서화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2일 모스크바를 방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의 향후 지위와 안전보장 방안을 국제사회가 논의하고,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6개항의 평화 중재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의 지위문제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며 "러시아 주도의 독립국가연합(CIS)에서 탈퇴하겠다"고 맞섰다.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그루지야의 군사적 도발이 있으면 즉시 공격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군에 하달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군사행동 작전을 중지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그루지야에서 러시아 병력이 즉각 철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봅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그루지야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시했으며 인도적인 물자를 실은 수송기가 현지로 가고 있다"고 전하고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을 파리로 보내 사르코지 대통령과 그루지야 사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토록 하고 라이스 장관을 통해 그루지야에 대한 미국의 흔들리지 않는 지원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도 "러시아의 국제기구 가입 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저지하고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12일 미 CNN에 출연, 그루지야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문제 삼고 "(미국이) 우리의 이해를 침해한다면 국제문제에서 미국을 돕지 않을 수 있다"며 이란 핵문제와 이번 사태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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