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베이징에 집중되고 있다. 국가간의 스포츠 경기도 경기지만 개최국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개막식 행사에 국가적인 힘을 기울인다.
개막식은 동시대의 분위기, 시대정신과 어우러져 그 나라의 역사와 사회 문화, 경제, 기술적 수준이 총 망라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쇼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짝퉁 개막식'이라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으로 찬사를 받았던 발자국 불꽃놀이 장면이 실제로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제작되어 마치 진짜처럼 전 세계에 TV 방송해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개막식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계인을 매료시킨 린먀오커(林妙可)라는 소녀가 부른 '가창조국'이 '가짜'로 밝혀졌다.
'울트라 캡 짱 리얼 판타스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스펙타클이 졸지에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 한 판의 해프닝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시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잠실벌 한가운데서 우렁차게 울려 퍼졌던 '손에 손잡고'의 기억이 베이징의 디지털 개막식보다 훨씬 더 감동적으로 와 닿는다고 말한다.
디지털 가상 현실이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을 환호하게 하고 감탄하게 만들지만, 시간이 흘러가도 아련한 기억으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감동은 또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말이다.
당시 현장에서 직접 전광판으로 지켜보던 관객들이나 TV 화면으로 가정에서 시청하던 사람들은 그 불꽃 쇼가 CG로 제작된 가상 불꽃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장대한 가상의 스펙타클을 마치 실제 현실로 여기며 감탄사와 환호성을 올린 것이다. 말 그대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구별조차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몇 년 전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영화 <매트릭스> 에서는 실제는 사라져 버리고 가상만 존재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지적하고 있는 '시뮬라크르'(Simulacra), 바로 그 모습이다. 매트릭스>
전투기 비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치명적인 사고의 원인 중에 시계 착각에 의한 '비행착각(Vertigo)'이란 것이 있다. 비행착각의 대표적인 예가 야간 비행에서 바다의 등대 불빛을 밤하늘의 별빛으로 착각한다든지, 바다를 하늘로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투기를 급상승 한다는 것이 정 반대로 바다 속으로 치고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전투기 조종사들은 시계 비행대신 조종석 앞에 게임기처럼 설치 된 디지털 계기판만을 보고 전투기를 조종한다. 눈에 보이는 현실은 믿지 못하지만 디지털 계기판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눈으로 직접 보고 조종하면 사고가 나고 실제를 이미지로 바꿔 놓은 가상 현실을 보면 안전하다는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이 우리에게 또 어떤 종류의 기술로 어떤 차원에서의 감동을 제공하게 될 것인 지가 벌써 궁금해진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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