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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OTRA가 사는 법

입력
2008.08.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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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총수출이 1억 달러가 되기 전에 창립된 KOTRA가 벌써 46년이 되었다. KOTRA의 역사는 우리나라 수출이 걸어온 발자취 바로 그것일 것이다. KOTRA가 수출입국이라는 국가적 염원을 달성하기 위해 하루 하루의 수출실적을 전광판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던 시절도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KOTRA는 부족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선봉 역할을 하였다. 99년에는 무려 155억 달러의 투자유치 실적을 올리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KOTRA에 대한 인식은 과거의 무한한 애정과 신뢰와는 사뭇 거리감이 있고 직원들의 자부심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KOTRA도 노력하고 변화를 모색했지만 기업환경 변화의 트렌드를 적시에 좇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반영한 최적의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과 네트워크 구축 사례는 KOTRA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체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고도 북미 TV시장에서 삼성, 소니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온 비지오라는 미국 가전기업이다. 이 회사는 제품기획, 디자인, 콜센터 조직만을 가지고 있다. 2006년 TV시장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삼성, 소니와 경쟁하고 있다. LCD 패널은 한국과 대만에서, TV용 칩은 대만에서 공급 받아, 최종 완제품 생산은 대만 전문 제조기업에 위탁한다.

홍콩의 리엔펑이라는 의류 전문유통업체도 마찬가지다. 자체 생산을 하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 의류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직조, 염색, 재단, 봉제 등 제조공정의 가치사슬 별로 37개국 7,500개 기업에 최적 공급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은 제품생산의 전체 단계를 기업 내부에서 모두 수행하던 포드 식 생산체제의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실물과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개방화의 심화에 따른, 국경을 넘어선 전방위 무한경쟁의 반영이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존 비즈니스 패턴을 뛰어 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흐름은 우리 기업 뿐만이 아닌 KOTRA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패러다임에 안주하여 변화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KOTRA가 새로운 변화에 맞추어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실질적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KOTRA는 상품 수출지원 중심에서 금융, 콘텐츠, 기술수출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상품으로 범위를 확대할 것이다. 고급인력 유치, 기술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우리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도 강화할 것이다. 또한 최근 중요성이 높아진 자원협력, 프로젝트개발 및 수주, 해외 투자진출에 대한 맞춤형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KOTRA의 미래는 과거의 경험을 디딤돌 삼아 항상 변화하며 우리 기업을 위한 최적의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말하는 노하우(Know-how)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노후(Know-who)가 필요하다. 46년 간 KOTRA가 축적한 노후(Know-who)역량은 KOTRA의 미래에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조환익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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