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5년 안에 전세계 암환자가 사용하는 블록버스터(초대형) 항암 신약이 개발될 수 있도록 국립암센터가 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지난 6월17일 제4대 국립암센터 원장에 취임한 이진수(57ㆍ사진) 원장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매년 1,000억원이 들어가는 신약연구개발비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1,000억원의 예산이 확보되면 개발 가능성이 높은 20여 후보물질을 선정해 독성테스트 전임상을 실사하고 5~6개 정도 추려 임상시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정부가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재정규모가 10조8,000억원 정도인데 1,000억원이면 1%밖에 되지 않아 정부에서 이 정도의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연구된 930여종의 항암제 후보물질 가운데 신약 개발에 성공한 예는 SK케미칼의 '선플라주' 와 종근당의 '캄토벨', 동화약품의 '밀리칸주' 등 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약효검증시험(임상시험)은 고사하고 동물실험 단계인 전임상시험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은 외국 제약사로 권리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국가적으로 손해가 크다는 것은 이 원장이 생각이다.
이 원장은 이와 함께 "올해 15억원을 들여 국립암센터 내에 면역세포 항암치료제(환자 몸에서 채취한 T세포와 NK(자연살해)세포를 증식한 것) 생산을 위한 우수의약품제조관리시설(KGMP)을 준공해 내년부터 임상시험을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학병원들이 잇따라 암센터를 대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내에서 한 해 치료해야 할 암환자가 13만명이지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들 환자가 제때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치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립암센터는 민간 병원들이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암치료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이 원장은 "요즘 청소년과 여성 흡연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전국민적인 금연운동이 정착돼 금연인구가 늘면 폐암을 비롯한 모든 암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만큼 모든 직원이 금연을 하고 있으며, 2000년 개원 후 단 한 명의 암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국립암센터 측의 설명이다.
이 원장은 세계적인 폐암 치료 권위자로 197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혈액종양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1992~2001년 세계적인 암 치료기관인 M D 앤더슨 암센터에서 흉부ㆍ두경부내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을 치료해 더욱 유명해졌다. 2001년 귀국한 뒤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과 폐암센터장, 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권대익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