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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농약하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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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농약하는 아버지

입력
2008.08.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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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때, 아버지가 농사일을 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는 왜 저토록 힘든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세상에 농사일보다 힘든 일이 얼마든지 많고, 사무실에서 머리 쓰는 일도 굉장히 힘들다고 배우기는 했지만, 본 게 농사밖에 없는지라 아버지의 농사가 세상에서 최고로 힘든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특히 아버지가 농약 칠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저 나쁜 농약을 마스크 달랑 하나 쓰고! (아버지도 농약 안치는 유기농 하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늘 있었지만, 알고 보니 그런 의문 자체가 어디 가서 농민 아버지 쪽 팔리게 하는 짧은 소견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는 농약을 뿌린다. 농약살포방법이 세월만큼 개선이 되었지만, 아버지는 세월만큼 연약해졌다.

칠순의 아버지가 논바닥을 헤집으며 농약을 살포한다. (쉰 살 무렵의 분무기 메고 다니던 아버지를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은 얼마나 어이가 없나!) 지금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어 뜨거운 여름철하면 휴가 갔던 기억을 떠올리겠지만, 지금 젊은 부모들 중에는 뜨거운 여름철이면 농약 뿌리는 아버지가 생각나는 이들이 많을 테다. 농약 뿌리는 아버지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며 농약줄을 잡고 있던 자신의 우울한 모습도.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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