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발 남았다. 마지막 사격을 앞둔 진종오는 652.2점으로 1위, 중국의 탄종량은 650.3점으로 2위. 한 번의 사격으로 얻을 수 있는 최고점수는 10.9점. 진종오가 9.1점만 쏴도 금메달이 확정된다. 결선에서 평균 9.9점 이상을 쐈던 터라 금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For the last competition shot. Load!(마지막 사격을 위해 장전)"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진종오는 권총에 총알을 집어넣었다. "three(3초), two(2초), one(1초), start(발사)." 표적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진종오는 신중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금메달을 확신한 한국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진종오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진종오가 선 6사로 전광판에는 '8.2'란 숫자가 떴다.
"아!" 외마디 탄식이 흘렀다. 진종오는 4년 전에도 단 한 번의 실수로 금메달을 놓쳤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 권총 50m 결선에서도 6.9점을 쏘는 실수 하나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1분 가량 정적이 흐르는 동안 진종오는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나 순위표 꼭대기에 'JIN jong oh(진종오)'란 글씨가 새겨졌다. 탄종량이 9.2점을 쏜 탓에 진종오가 금메달을 거머쥔 것.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 진종오가 아테네의 한(恨)을 베이징에서 풀었다. 진종오는 12일 2008베이징올림픽 사격관에서 열린 공기권총 50m에서 합계 660.4점을 쏴 북한 김정수(660.2점)와 탄종량(659.5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테네에서 단 한 번의 실수로 비운의 스타가 된 진종오는 베이징에서는 실수가 있었지만 행운의 스타가 됐다.
"정말 내가 1등이에요?" 진종오는 자신이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김선일 감독에게 물었다. "맞다. 네가 금메달이다." 감격의 눈물을 흘린 진종오는 한국 응원단에 인사한 뒤 활짝 웃었다.
한국은 금빛 총성을 울린 진종오의 활약에 힘입어 다섯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레슬링 정지현과 박은철이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터라 진종오의 금메달은 더욱 값졌다. 사격관을 찾아 응원한 대한체육회 이연택 회장은 진종오를 격려하면서 "금메달 10개, 종합 10위 달성을 위해 사격 금메달이 꼭 필요했다"며 껄껄 웃었다.
한국 사격은 16년 만에 금빛 과녁을 꿰뚫었다. 진종오의 금메달은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여갑순(여자 공기소총)과 이은철(남자 소총복사)에 이어 딱 16년 만이다. 대한사격연맹은 진종오가 은메달에 이어 금메달까지 따내자 잔칫집처럼 들떴다. 4위에 머물던 북한 김정수는 마지막 사격에서 10.5점을 쐈다. 진종오에게 불과 0.2점 뒤진 김정수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예선에서 563점을 쏴 1위 탄종량(565점)에 2점 뒤진 6위에 머물렀다. 예선 막바지에 연거푸 7점, 8점, 8점을 쏘며 부진했던 터라 보는 이의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것도 사실. 진종오는 "예선에서의 실수로 6위가 됐던 게 마음 편하게 결선을 치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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