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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 친손녀 유미·유빈, 고인과 추억 담은 산문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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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 친손녀 유미·유빈, 고인과 추억 담은 산문집 출간

입력
2008.08.1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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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춘수(1922~2004) 시인의 친손녀 유미(24)씨, 유빈(17)양이 할아버지와의 추억담을 담은 산문집 <할아버지라는 이름의 바다> (예담 발행)를 함께 펴냈다. 자매 간인 두 사람은 고인의 2남 용욱(58ㆍ대덕연구단지 연구원)씨의 딸들이다.

유미씨가 쓴 26편의 산문엔 자상한 할아버지로서 고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할아버지! 돈 많이 벌게 제발 시 좀 써!"라고 말하는 어린 손녀의 당돌한 충고에 시인은 웃으며 시 한 편을 완성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며 답한다. 그는 놀러온 손녀가 백일장 놀이를 하자며 후딱 써서 안긴 시 다섯 편을 정성껏 '심사'해 편지를 띄운다.

"네가 전에 써놓고 간 시를 내가 손을 좀 보아 보낸다. 그 시가 훌륭해서 손을 조금 보니까 더욱 좋아진 듯하구나." 또 자신과 생일이 겹쳐 제대로 잔칫상을 못받는 유미를 조용히 불러 아끼는 고급 만년필을 선물로 건네기도 한다.

고인의 엉뚱한 손녀 사랑이 웃음을 자아내게도 한다. 수능을 망쳤다며 통곡하는 손녀 유미의 전화를 받은 날부터 시인은 신문ㆍ방송의 입시 관련 뉴스를 섭렵하며 하루에도 수차례씩 손녀를 안심시키는 전화를 건다. 전날밤 불길한 꿈을 꾸었다며 서울대공원에 소풍 간 유치원생 손녀를 몰래 쫓아다니기도 한다.

유빈양은 어린날 할아버지가 붓글씨로 써서 준 시 '달맞이꽃'에 얽힌 일화를 전한다. 터울 큰 언니를 졸졸 따라다녀 친척들에게 '유미 그림자'로 불리던 유빈의 모습을 재밌어 하며 시인은 짧은 시를 지어 선물했다. '언니 언니/ 소리 없이 핀다.// 달이 뜬다/ 어서 나와라.// 언니 언니 우리 언니/ 들릴락 들릴락 소리 내며 핀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으로 국문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유빈양은 조부에 대한 몇 편의 추억담과 더불어 그동안 써온 시와 산문을 다수 실었다.

유미씨는 "명일동 댁에 찾아가 놀이 삼아 시를 쓰고 있으면 할아버지께서 칭찬하며 계속 쓰도록 자신감을 북돋워 주셨다"면서 "할아버지의 자상함 덕에 나는 소설가를, 동생은 시인은 자연스럽게 지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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