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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점검 고속도로 휴게소/ <중> 품질경영 '무풍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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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점검 고속도로 휴게소/ <중> 품질경영 '무풍 지대'

입력
2008.08.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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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격 표시도 없고, 시중에서 보기 힘든 영세업체 과자와 음료수가 왜 이리 많죠?"

최근 여름휴가 때 경부고속도로 A휴게소 편의점에 들렀던 직장인 김모(26ㆍ여)씨. 영세업체 제품을 먹고 탈이나 나지 않을까 걱정이 돼 휴게소 직원에게 이유를 물었다. 직원은 "품질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중소기업 제품일수록 유통마진이 높아 많이 들여놓는다"고 말했다.

#2. 서울에서 충남 천안 캠퍼스로 통학하는 대학생 천모(26)씨. 3년 넘게 고속도로로 통학하지만 한 번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시내 분식집에서는 2,000원에 불과한 라면 값이 4,000원에 달하는 등 대부분 음식 값이 시중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경쟁원리가 배제된 채 일부 집단과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의 질은 시중보다 떨어지는데도 가격은 높아 결과적으로 휴게소의 방만한 운영이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감사원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대부분 휴게소의 사업자 선정 및 운영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경쟁 입찰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사실상 운영권이 영구적으로 보장되고 있으며 알짜 휴게소는 도공 전ㆍ현직 직원들 단체에 수의계약으로 배정하고 있다.

도공은 휴게소 운영자에 대해 5년 단위로 서비스 평가를 실시, '미달' 판정을 받으면 퇴출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평가에 그쳐 퇴출은 극소수다. 실제 도공은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49곳에 대해 서비스 평가를 실시했는데, 탈락률은 2%에 불과했다.

한 관계자는 "사실상 운영권이 영구 보장되는 셈"이라며 "경부선의 한 휴게소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1971년 이후 한 번도 운영자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공의 이런 관행은 인천공항이나 한국공항공사가 공항 휴게시설 운영자 선정과 관련, 수의계약을 배제하고 특혜를 막기 위해 단 1회에 한해 계약 연장을 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심지어 일부 휴게소는 아예 경쟁입찰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새로 생기거나 운영권이 반납된 휴게시설은 도공 전ㆍ현직 직원들 모임인 도성회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운영권을 챙기고 있는데, 이 단체 소유의 휴게시설은 주유소를 포함해 20개에 달한다.

도공 관계자는 "특정 사업자가 장기간 운영할 경우 전문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수의계약은 신규 또는 반납된 휴게소에 대해 적절한 보증금 등을 책정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업체에 한정적으로 운영을 맡기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공 자체 평가에 따르면 20년 이상 장기 운영 휴게소의 소비자 만족도(73.8%)는 5년 이하 휴게소(78.0%)보다 4.2% 포인트나 낮았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경쟁원리가 배제된 채 독과점식으로 운영되는 폐해는 고스란히 이용객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제 휴게소 음식값은 품질이 비슷한 시중의 분식점들과 비교할 때 턱없이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생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 등 134개 다중이용 시설에서 판매되는 제품 252개를 검사한 결과, 김밥 햄버거 등 15개 품목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 발견됐다.

한편 도공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용역 결과를 토대로 휴게소 전체가 아닌 개별점포 임대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 비싼 휴게소 기름값 왜 비슷한가…협회가 사실상 가격 통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되는 기름값이 거의 동일해 담합 의혹이 일고 있다.

12일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오피넷을 통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기름값을 조사한 결과, 경부선 내 20개 주유소 중 만남의 광장, 죽암, 여주 등 8곳의 휘발유값이 리터당 1,828원으로 같았고 나머지 12곳도 1,2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경유는 만남의 광장과 문경 등 6곳이 1,821원으로 동일했고, 나머지 14곳도 가격차가 10원을 넘지 않았다.

중앙선도 대부분 휘발유는 1,830원, 경유는 1,818원 선이었다. 다른 고속도로도 이와 비슷하게 가격이 형성돼 있다.

반면 국도 주유소들은 고속도로보다 리터당 100원 이상 싼 데다 가격대도 다양하다. 인천에서 강릉으로 뻗어있는 국도 6호선의 A주유소는 휘발유가 1,715원, 경유는 1,730원이었고, B주유소의 경우 두 제품 모두 1,799원로 고속도로 주유소보다 가격이 낮았다.

국도의 한 주유?주인은 "물류비용 등을 비교할 때 고속도로 주유소의 기름값이 국도보다 높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기름값이 거의 같은 것은 휴게시설 운영자들의 모임인 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에서 사실상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전국 평균 기름값의 ±0.3% 선에서 최고가를 결정해 그 이상으로 팔지 말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한국도로공사가 실시하는 서비스 평가에 반영토록 해 퇴출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결국 상한선 규정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돼 국도 등 다른 주유소들에 비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최고가격을 정해주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행위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깨는, 공정거래법상 명백한 위법"이라면서 "휴게소 내 주유소의 기름값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윤재웅기자 ju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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