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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훈련 파트너 출신 김재범, 근성의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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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훈련 파트너 출신 김재범, 근성의 은메달

입력
2008.08.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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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 하나로 이기고 있던 올레 비쇼프(독일)는 수비자세로 나왔고, 지고 있던 김재범(23ㆍ마사회)은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8초, 7초, 6초. 경기 종료가 다가오자 김재범은 비쇼프 상체를 잡아당기며 회심의 배대뒤치기를 시도했다.

비쇼프의 몸이 솟구치려던 순간 도복이 벗겨졌고, 전광판의 시계는 무심하게도 경기 종료를 알리는 ‘0’을 표시했다.

2008베이징올림픽 유도 경기가 열린 12일 북경과학기술대 체육관. 김재범은 남자 81㎏급에서 비쇼프에게 유효를 뺏겨 판정패하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 유도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결승까지 연장전을 두 번이나 치른 게 패인이었다. 상대 공격을 읽었지만 몸이 평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체력 소모가 큰데다 힘이 장사인 비쇼프를 상대하자니 힘이 더욱 딸렸다. 빠른 발놀림으로 상대 공격을 봉쇄하던 김재범은 경기 종료 1분 30초 전 비쇼프에게 발뒤축걸기 유효를 허용했다.

얼굴이 땀 범벅이 된 김재범은 “죄송합니다”라고 은메달 소감을 밝혔다. 고개를 떨군 김재범은 눈빛만큼은 살았다. 눈썹 밑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지만 눈물은 아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도에 인생을 건 23세 청년은 눈물을 꾹 참았다.

김재범은 이원희 천적으로 유명하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우승하면서 전성기를 연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그는 2005년부터 번번이 김재범에게 발목을 잡혔다.

이원희 훈련파트너로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김재범은 장단점을 훤히 꿰뚫고 있는 이원희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유도 백과사전 이원희를 상대하면서 공격보다는 수비실력이 늘었다.

실력이 급성장하던 김재범은 지난해 가을 고민에 빠졌다. 73㎏급에는 이원희와 왕기춘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는데다 불어나는 체중을 감당하지 못했다. 고민 끝에 81㎏급으로 체급을 바꾼 김재범은 81급㎏ 터줏대감 권영우 등을 격파하고 태극마크를 차지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수비에 치중했던 김재범은 “2012런던올림픽에서는 한판으로 넘길 수 있는 기술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공자영(23ㆍ포항시청)은 여자 63㎏급에서 1회전 탈락했지만 북한의 원옥임은 동메달을 수확했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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