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29ㆍKT)는 '불굴의 총잡이'로 불린다.
95년 강원사대부고 1학년 때 우연히 총을 잡았다가 매력에 빠져 스스로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경남대 재학 중이던 99년 문화관광부장관기대회에서 10m 공기권총 2관왕에 오르며 단숨에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련이 닥쳤다. 같은 해에 공을 차다 어깨가 부러졌고 철심을 박아넣는 대수술을 한 것이다. 총잡이에게 팔의 각을 잡아주고 지지대 역할을 하는 어깨의 부상은 치명적이었지만 철심을 박은 채 그는 총을 놓지 않았고, 결국 2003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월드컵대회 50m 권총에서 사상 첫 월드컵 메달(3위)을 따내며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04 아테네올림픽 50m 결선. 그에게는 또 한번의 시련 무대였다. 결선에서 6발까지 1위를 유지하다 7발째 6.9점짜리 실수를 하며 통한의 은메달에 머물렀던 것. 눈 앞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금메달을 놓쳤던 한을 풀기 위해 4년간 오직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어깨부상 여파로 남들보다 총을 들고 있는 시간이 다른 선수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지난 4년간 14만여발의 탄환을 과녁에 쏟아 붓는 불굴의 투지를 보였다. 베이징에 입성해 삭발까지 감행하며 투지를 보인 그는 지난 9일 열린 남자 공기권총 10m 은메달 이후 사흘 만에 주종목인 남자 50m 권총에서 마침내 꿈을 이뤘다.
경기 후 진종오는 "감기에 걸려 기침이 심했지만 4년 전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더욱 집중했다"며 "결선에서 8.2점을 쏘았을 때 메달권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깨부상으로 인한 훈련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하루에 몇 발을 쏘는 게 중요하지 않고 단 한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이어 "사격 대표 선수들이 지방인 전북 임실에서 합숙 훈련을 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그나마 서울에 있는 태릉사격장마저 없애려 하니 선수입장에서 많이 안타깝다"고 사격계의 곤궁한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베이징=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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