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앙상블과 단순한 플롯,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빠른 템포의 흥겨운 음악. 그 동안 당신이 믿어 왔던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실체는 어쩌면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 를 관람하는 동안 만은. 씨왓아이워너씨>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소설 세 편을 뉴욕 센트럴파크로 공간적 배경을 옮겨 재해석했다거나 '브로드웨이는 죽었다'며 기존 미국 뮤지컬계에 반기를 들었던 작곡가 존 마이클 라키우사의 원작이라는 사전 정보만으로도 충분히 낯선 느낌이었던 이 공연은 콜럼비아 출신의 연출가 하비에르 구티에레즈의 색다른 연출을 거쳐 한국 관객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신선함을 선사했다.
1막 '라쇼몽'과 2막 '영광의 날', 막간극 '케사와 모리토'로 구성된 작품은 동서남북이 모두 객석으로 둘러 싸인 '사면 무대'에서 진행된다. 무대에 놓인 것은 아무 장식 없는 테이블과 의자 뿐이지만 사방의 객석 위로 설치된 스크린에 투영된 영상과 바닥의 조명 변화로 그 어떤 화려한 무대보다 시공간의 전환을 입체감 있게 전한다.
3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들은 하나의 주제를 관통한다. 1막 라쇼몽은 센트럴파크에서 벌어진 강간과 살인 사건에 대한 목격자와 용의자의 진술을 다룬다.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설명은 모두 다르다. 2막 영광의 날에서는 절대자의 존재에 회의를 품은 신부가 거짓으로 기적이 올 것을 설파하고 많은 이들은 이를 믿고 영광의 날을 기다린다.
전혀 다른 두 이야기지만 진실과 거짓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여기에 1막과 2막의 시작과 함께 짧게 등장하는 케사와 모리토 역시 불륜관계를 끝내고자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지만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묘사된다.
생경한 시도에 그칠 수 있었던 이 작품의 특징을 흥미로 바꿔 놓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은 배우들이다. 김선영 양준모 홍광호 강필석 박준면 차지연 등은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 한 방울마저 숨길 곳 없는 사면 무대의 구석구석을 쓰임새 있게 활용하는 새로운 연기 패턴을 선보이고 있으며 한 곡 내에도 재즈와 가스펠, 팝 등 여러 장르가 뒤섞여 있어 어둡고 난해할 수 있는 라키우사의 넘버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안정되게 소화해 냈다.
지난달 15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이 공연은 새로움에 대한 적응기가 필요했던 까닭인지 공연횟수가 거듭될수록 뮤지컬 마니아를 중심으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열린 결말로 매듭되는 스토리, 때로 배우들의 뒷모습을 봐야 하는 사면 무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연이다.
공연은 24일까지 계속된 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로 장소를 옮겨 9월 6일부터 11월 2일까지 무대를 이어간다. (02)501-7888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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