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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커' 히스 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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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커' 히스 레저

입력
2008.08.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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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사도" "오직 선(善)만을 추구하는 사람" "절대선"이라는 말은 얼마나 허망한가. 정의감에 불타 '악'에 맞섰던 고담 시의 젊은 검사 하비 덴트는 조커의 계략으로 애인 레이첼이 죽고, 자기 얼굴 반쪽마저 흉측하게 변하자 순식간에 증오의 '투 페이스'가 된다. 그런 그에게 자칭 '혼란의 사도'인 조커(히스 레저)가 찾아와 조롱하듯 말한다. "당신, 혼란의 미덕이 뭔지 알아? 바로 공평함이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가 세계 영화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4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벌써 4억5,000만 달러(역대 3위)를 벌어들였고, 국내서도 첫 주말 관객 100만 명을 가볍게 넘었다. <배트맨>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니 당연하겠지만, 이번에는 이유가 좀 다르다. 오락적 재미가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유 덕분이다. 영화는 뻔한 권선징악과 선악의 단순한 이분법을 버렸다. 오히려 그 경계를 무너뜨리며, 오락영화로는 놀랍게도 선악의 양면성과 그에 따른 혼란을 통해 인간 실존문제까지 건드린다. 그것도 악의 입을 통해.

▦조커(Joker)란 놈은 참 이상하다. 트럼프에서는 어느 쪽에 속하지 아니하면서도 가장 센 패가 되기도 하고, 다른 패 대신으로 쓸 수 있다. 조커는 또 어릿광대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늘 웃는 얼굴(화장)이지만, 진짜 표정은 알 수 없는 존재. <다크 나이트> 는 그런 그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파괴와 살인을 일삼는 무정부주의와 혼란의 화신으로 내세웠다. 그는 공포와 죽음 앞에서 선의 위선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인간을 조롱하며 '정의의 기사'를 자처하는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에게 이런 것들을 묻는다. "너는 선인가""정의를 위해 네가 저지르는 악은 악이 아닌가"라고.

▦그런 조커에게 관객들도 '악마의 유혹'에 빠지듯 빨려 들어간다. 영화도 영화지만 히스 레저라는 젊은(29세) 배우의 광기어린 연기 때문이다. 6주 동안 호텔에 칩거하며, 조커에만 몰입한 나머지 그는 불면증과 히스테리 증세에 시달렸다. 자기 정체성의 혼란까지 겪으면서 완성한 조커를 보고 감독은 "감정 없는 정신분열증 살인광"이라고 극찬했고, 그 분위기에 짓눌린 배트맨의 크리스찬 베일은 대사를 까먹었다. 그가 왜 촬영을 끝낸 바로 다음날인 1월22일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는지 알 것 같다. 히스 레저, 그의 이름이 영원하기를.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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