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대국굴기(大國崛起)하는 중국의 힘과 야망을 실감했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한 개막식은 중화의 부활 의지와 중국문화의 찬란함을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강성대국을 건설한 한(漢)과 당(唐)의 영화를 재현하자는 중화 부활론에서는 화해 공존 평화의 올림픽정신보다 근육질의 힘을 과시하는 중국 민족주의 내지 패권주의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중국 패권주의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독립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 우리나라 이어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서 드러나듯이 아시아에 긴장의 파고를 높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기도 합니다.
■ 불후의 정치교과서 <정관정요>정관정요>
중국은 역사적으로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고, 주변 나라들은 오랑캐나 야만족을 뜻하는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으로 비하했습니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화의 영광을 실현한 황제로 한무제, 당태종, 만주족이지만 한족과의 융합을 바탕으로 중국의 영토를 사상 최대로 넓힌 청나라의 강희-옹정-건륭제를 많이 꼽고 있습니다.
당태종과 청의 강희-옹정-건륭제는 뛰어난 치세로 온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는 의미의 협화만방(協和萬邦)을 이룩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들을 다룬 사극들이 수년 전부터 중국 TV에 방영되고 있는 것도 중국 민족주의 열풍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당태종은 정치 경제 군사 예술 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조직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의 리더십이 여전히 주목 받고 있습니다. 사관 오긍(吳兢)이 당태종과 신하들의 언행을 모아 지은 <정관정요(貞觀政要)> 는 동양 리더십의 고전으로,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위정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관정요(貞觀政要)>
<정관정요> 는 군주의 자세로 ‘문제는 밖이 아니라 안이다(남을 탓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공부하라’, ‘풀 베고 나무하는 사람에게도 물어 봐라(경청의 리더십)’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덕행을 쌓아라, 사람을 대함에 정성을 다하라, 인재 모으기에 힘써라, 좋아하는 바를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라, 마음으로 다스려라,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居安思危)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정진홍 저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2> 참조). 인문의> 정관정요>
당태종의 충직한 신하 위징((魏徵)이 바른 신하의 유형으로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을 들고 이 중 양신을 더 높이 평가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충신은 나라가 망할 때나 임금이 죽을 때 나오지만, 임금이 죽고 자신도 죽어서 후세에 충신이라는 이름만 남기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반면 양신은 군주에게 좋은 의견을 바치며 허물이 있을 때는 이를 바로잡는 신하로 그 자신은 후세에 추앙 받고, 군주도 거룩한 천자라는 칭호를 받게 하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실용적인 안목에서 군주와 신하가 윈-윈 하는 양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입니다.
위징은 사악한 신하의 6가지 유형(六邪)도 제시했습니다. 관직에 안주하고 봉록을 탐하는 구신(具臣), 아첨만 하는 유신(諛臣), 간사하고 어진 사람을 질투하는 간신(奸臣), 잘못을 감추고 사람들을 이간질하는 참신(讒臣), 대권을 쥐고 전횡하는 적신(賊臣), 군주의 눈을 가려 불의에 빠지게 하는 멸신(滅臣)은 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태종은 위징의 이 같은 간언 속에서 자신을 추스르고 정사에 임해 위대한 군주의 칭호를 얻었습니다.
■ 이 대통령, 고전에서 배우기를
잦은 인사 실패와 코드인사 논란, 정책 혼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동양적 리더십의 덕목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 분열과 갈등의 정치 대신 화합, 상생의 정치를 이뤘으면 합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윈스턴 처칠 평전을 참모들에게 나눠주며 용기와 희망을 갖고 개혁에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개혁 과정에서 실패를 무릅쓰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몸과 마음을 다해 힘쓰는 섬김의 리더십과 올바른 인재 등용이 없으면 개혁은 좌초하고 만다는 것을 새겼으면 합니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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