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잡은 듯 보였던 금메달을 놓친 기분은 어떨까?
왕기춘(20ㆍ용인대)이 코트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 때 중계석에서는 이원희(27ㆍ마사회)가 얼굴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2008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1년 이상 치열하게 경쟁했던 용인대 7년 선후배는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이들은 지난 5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승자 왕기춘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베이징에 입성한 반면 패자 이원희는 TV 해설자로 베이징에 왔다. 마이크를 놓은 이원희는 "기춘이가 잘했는데 아쉽다"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원희는 후배가 자신의 뒤를 이어 금메달 사냥에 성공하길 간절히 기원했었다.
이원희는 "나이도 어린데 잘 싸웠다"며 후배를 칭찬했다. 그러나 "실력을 가다듬는 것 못지않게 마음을 다잡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상대에게 너무 쉽게 큰 기술을 허용했다는 지적. 최민호처럼 상대를 한판으로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올림픽은 평생 한 번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무대. 이원희는 혹시 생길지 모르는 변수까지 통제해야만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희는 "기춘이가 이제 스무 살이다. 고개를 떨굴 필요가 없다"며 격려했다. "원희형을 생각해서라도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던 왕기춘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 원희형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갖춘 왕기춘과 이원희. 베이징에서 진한 아쉬움을 토로한 이들은 2012런던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또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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