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오세티아 독립을 둘러싼 그루지야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미하일 사카슈빌리(사진) 그루지야 대통령의 앞날도 미궁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의 정권 교체를 원하고 그루지야 내 여론도 사카슈빌리에게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은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그루지야 대통령은 떠나야 한다(must go)'고 말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는 "러시아는 더 이상 그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정권 교체는 미국적 발상"이라는 말로 직접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지도자라면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로 사카슈빌리를 공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의 목적은 남오세티아 회복이 아니라 푸틴 입맛에 맞는 대통령을 앉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11일 전했다.
하지만 2003년 '장미혁명'으로 사카슈빌리가 취임한 후, 그루지야와 '혈맹'으로 지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사카슈빌리의 퇴진을 두고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1일 "러시아가 부적절한 반응을 하고 있다"는 말로 러시아를 압박했다. 딕 체니 미 부통령도 사카슈빌리와 통화를 통해 "러시아의 공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연대를 표명했다고 11일 WP는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실상 미국의 운신 폭은 좁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그루지야 내부적으로도 반 사카슈빌리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취임 후 경제는 성장했지만 사회적 불평등과 부패 확산으로, 지난해 11월 국민들은 6일간 대대적인 거리시위를 했다. 이에 사카슈빌리는 경찰력을 동원, 시위대를 진압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때문에 그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자라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1월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사카슈빌리는 성급한 남오세티아 공격으로 2,0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면서, 국민적 반발도 견뎌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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