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어제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했다.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KBS가 심기일전해 방만한 경영상태를 해소하고, 공영성을 회복해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한다.
임명권만을 가진 대통령에게 해임권한까지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논란, 야당과 방송노조 등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정 사장을 해임한 이유가 '방송 장악'이 아니라, KBS의 건전한 경영과 방송의 공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새로운 말이 아니다. 정 사장의 퇴임을 요구해온 정부와 여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해온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말만 그럴 뿐 실제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송을 정부의 영향력 아래 두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야당과 일부 방송단체 등이 정 사장의 자격과 자질에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옹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 사장이 감사원과 KBS 이사회의 결정에 이어 대통령의 해임까지 'KBS의 정권 홍보기관화'라고 반발하며 법정투쟁을 선언한 명분도 같다.
그 동안 실행된 몇몇 언론기관장에 대한 측근인사를 보면 정부는 오해를 받을 만했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 뿐이다. 새 KBS 사장만은 '낙하산' '코드'인사와 무관해야 한다. 대통령부터 방송에 대한 지배욕을 버려야 한다. 13일 사장 선임 문제를 논의할 KBS 이사회 역시 정치색에 물들지 말고 '국민을 위한 KBS'만을 생각하며 KBS의 미래를 책임질 유능하고 공정한 인물을 찾고 골라야 한다. KBS노조와 방송학자들이 제안한 '국민참여형 사장추전제'도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하다.
벌써 신임 사장 후보로 여러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에는 야당과 방송노조가 '측근' '코드'라며 일찌감치 반대해온 인물들도 있다. 유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사장에 앉혀서는 안 된다. 정 사장을 해임한 정부가 이제 국민과 KBS 구성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스스로의 도덕성과 공정성이다. 그것만이 '방송 장악' 논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