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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서 온 촉촉한 감성 영화 두 편/ '누들' & '젤리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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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서 온 촉촉한 감성 영화 두 편/ '누들' & '젤리피쉬'

입력
2008.08.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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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아니면 호러를 봐야만 할 것 같은 무더위. 멀리 이스라엘에서 날아 온 드라마 두 편이 14일 나란히 개봉한다. 왠지 메마름을 감추고 있을 것 같은 '이스라엘'이라는 국호의 어감은 영화를 보면서 물기에 젖는다. 두 작품은 근래 접하기 힘들었던 촉촉한 감성을 품고 있다. 여름에 만나는, 조금은 낯선 지중해의 습윤함을 느껴보자.

■ 누들

전쟁으로 두 명의 남편을 떠나 보낸 스튜어디스 미리. 비행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그녀에게 뜻밖의 인연이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만 아이를 봐달라던 중국인 가정부가 행방불명 되고, 미리는 졸지에 이름도 모르는 소년의 보호자가 된다.

뒤늦게 가정부가 강제 출국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리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은 소년을 엄마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모험을 강행한다.

이야기는 비교적 쉽고 단순한 선을 그린다. 그 선에 굴곡과 부피감을 부여하는 것은 미리가 발 디딘 인간관계의 복잡미묘한 갈등. 자신의 존재를 증명 받는 관계는, 동시에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입히는 관계다.

말이 통하지 않는 소년 '누들'은 이 거칫한 관계에 다시 삶의 윤기를 돌게 만든다. 엄마를 찾아주기 위한 손짓발짓은 굳게 닫혀 있던 어른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

아픔을 딛고 다시 미소 짓는 용기, 변명 없이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방법, 타성에 젖은 관계를 극복하는 지혜는 그렇게 우연처럼 찾아오는 것일까. 밀리 아비탈(미리), 아낫 왁스만(갈라) 등의 농익은 연기와 바오치 첸(누들)의 천진한 미소가 찰진 매력으로 감겨온다. 감독 아일레트 메나헤미. 전체관람가.

■ 젤리피쉬

결정적인 타이밍은 놓치고 나서야 결정적인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 "뭐 할 말 없어?" "무슨 말?" "…가지 말라던가." (잠시 후 그가 떠나고 나면) "가지 마." 삶은 늘 그런 식, 언제나 견습생이다. <젤리피쉬> 는 그렇게 서로의 가슴팍에 손톱 자국 남기는, 그러나 결국 서로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세 가지의 에피소드를 머리털을 땋듯 엮어간다. 스무 살 바티야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물이 새는 아파트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엄마는 가난한 이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일을 하지만, 정작 딸에겐 울타리가 돼 주지 못한다.

사고로 다리를 다쳐 최악의 허니문을 보내는 케렌과 미카엘. "글을 써보기나 했어?"라며 케렌에게 핀잔을 주는 미카엘은, 그가 동경한 작가의 유서가 실은 케렌이 쓴 것임을 끝내 알지 못한다.

필리핀에서 온 가정부 조이와 티격태격하는 고집불통 할머니 말카. 그러나 조이의 귀국선물을 마련해주는 것은 결국 말카다. 우울한 템포와 무표정한 인물들, 그러나 그들의 삶에도 기적은 일어난다. 신비의 다섯 살 꼬마가 이 해변의 풍경 속으로 마술처럼 달려간다. 감독 쉬레 게펜. 12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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