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을 가득 메웠던 '대~한민국' 응원의 함성이 일순간 잠잠해졌다. 힘차게 나부끼던 태극기의 물결도 멈췄다. 그리고 모두가 한 곳을 주시했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한 발, 마우로 네스폴리의 24번째 화살이었다.
네스폴리는 숨을 고른 후 차분히 과녁을 조준했다. 극심한 긴장 상황, 그는 자신이 없는 듯 주저했다. 그리고 그의 활을 떠난 화살은 과녁 정중앙의 오른쪽으로 흘렀다.
7점! 네스폴리는 고개를 떨궜다. 과녁을 주시하던 나머지 멤버들도 할말을 잊은 듯 했다. 관중석에서는 한국 응원단의 함성이 터졌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에 나섰던 여자 대표팀 선수들도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
3엔드부터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국을 추격, 결국 21번째 화살에서 동점을 만들었던 이탈리아의 저력은 여기까지였다. 한국은 마지막 세 발을 10-9-9점으로 무난히 마무리하며 이탈리아에 227-225, 2점차의 진땀승을 거뒀다.
임동현(22ㆍ한국체대) 이창환(26ㆍ두산중공업) 박경모(33ㆍ인천계양구청)로 이뤄진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 그들이 11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이룩하는 순간이었다.
첫 5발을 모두 10점에 꽂아넣으며 2엔드까지 6점의 리드를 이어나갈 때만 해도 한국의 낙승이 예상됐다. 한국은 2엔드까지 단 2발을 빼고 모두 10개의 화살을 10점에 꽂아넣는 신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3엔드부터 이탈리아의 무서운 추격전이 시작됐다. 한국이 3엔드에서 55점에 그친 반면, 이탈리아는 무려 59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2점차까지 바짝 쫓아왔다. 결국 한국은 4엔드에서 첫 3발에서 이창환이 8점을 기록하면서 9-10-10점을 쏜 이탈리아에 동점을 허용했다. 마지막 발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한 네스폴리가 아니었다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올림픽 무대를 처음으로 밟아본 네스폴리가 '양궁 최강' 한국을 상대로 극심한 부담감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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