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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부패의혹 사건 왜 자꾸 터지나/ 실용정부 앞세우다 '기강 해이'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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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부패의혹 사건 왜 자꾸 터지나/ 실용정부 앞세우다 '기강 해이' 자초

입력
2008.08.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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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여권 인사들의 모랄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것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여권 인사들의 비리ㆍ부패 의혹 사건이 잇따라 세 건이나 터지자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부패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내각 인선으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도덕적 긴장감이 사라졌다"고 우려하면서 성역 없는 수사와 인사 혁신 등을 통해 분위기를 확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다시 잡으려던 여권은 비리 의혹 사건이 꼬리를 물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유한열 상임고문이 전산장비 업체로부터 국방부의 통신망 구축 사업자로 선정되게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11일 구속되자 여권 핵심부도 과거 '차떼기 당' 이미지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은 한나라당 김귀환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의장 선거에서 수천만 원을 뿌리 혐의로, 대통령 부인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가 18대 총선에서 공천 로비 대가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을 때만 해도 "일회성 사건에 불과하다"고 치부했었다.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 원인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현정권이 첫 출발 때 실용과 경제만 강조하고 도덕성과 청렴성을 뒷전으로 미루다 보니 여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이완됐다"고 분석했다.

김영삼 정부는 재산공개와 금융실명제 도입을 통해 공직자의 청렴성을 강조했고, '민주개혁 정권'을 표방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도덕성을 중시했으나 현 정부는 '깨끗한 정치'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희대 정하용 교수는 "최고지도자는 실용 노선에 앞서 통치의 기본 원칙과 이념을 제시해야 여야 정당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원칙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여권 내부에서부터 기강이 흐트려졌다"고 진단했다.

또 집권 초기 고위 공직에 임명된 인사들 중 재산 의혹 등이 제기된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점이 도덕적 해이를 부채질했다는 견해들도 적지 않았다. 현정부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진다'는 평범한 원칙을 무시했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우선 여권 핵심 인사들 스스로 집권의 책임성을 느끼고 도덕적 재무장을 하는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권혁주 교수는 "집권 세력들이 권력을 향유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집권의 긴장감,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도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하용 교수도 "대통령이 능력과 도덕성을 고루 갖춘 인사를 고위 공직에 임명함으로써 새로운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검찰이 꼬리 자르기 식이 아니라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공직 기강이 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친박근혜 성향의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도 "보수가 깨끗하지 못하면 힘을 못쓴다"면서 "부패 사건이 터지면 발본색원해서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명박 직계인 한나라당 조해진 의원은 "한나라당의 전신은 민자당 민정당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부패의 뿌리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내 도덕적 보수로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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