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연패. 이제는 당연한 듯 느껴지는 양궁 금메달이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일궈낸 양궁 남자 단체전의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값지다. 남자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약속이나 한 듯 갖가지 시련이 밀려들었다. 그들의 목에 걸린 금메달이 더욱 빛을 발했던 이유는 밀려드는 시련을 꿋꿋이 이겨낸 값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부러져버린 임동현의 활
남자 대표팀은 한창 출국 준비를 해야 할 2일 밤, 태릉선수촌 양궁장 옆에 있는 빙상장에서 늦은 밤까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임동현의 활이 부러져버린 것. 올해만 이미 두 차례나 부러졌던 활이었다. 빙상장에서 불을 켜고 새 활을 임동현의 몸에 맞게 급히 튜닝했다. 그러나 임동현의 마음은 흔들렸다. 장영술 감독은 "이미 손에 익은 활이 부러져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세계 최강의 명궁 임동현은 베이징에서 막바지 훈련을 하면서 단숨에 새 활에 적응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첫 세 발을 10점에 명중시키며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0.1의 시력, 감각으로 겨냥한 신궁의 실력
임동현의 시련은 부러진 활 뿐만이 아니었다. 임동현의 좌우 시력은 고작 0.1. 그러나 임동현은 "시력은 누구나 나쁠 수 있는 것인데, 이슈가 된 것 자체가 의외에요"라며 의연한 반응이다. 임동현은 "양궁은 눈이 아닌 감각으로 하는 것"이라며 잇따르는 무료 라식 수술 제안도 거절하고 있다.
아들의 금메달을 보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
대표팀의 맏형 박경모는 지난 5~6월 한 달 가까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버지 박하용씨가 암으로 투병 중이었기 때문이다. 세심한 성격인 박경모에게 자신을 세계적인 궁사로 만들어 준 아버지의 투병을 지켜보는 일은 견디기 힘든 시련이었다. 결국 아버지는 장남의 자랑스런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하고 지난 6월10일 세상을 떠났다. 박경모는 하늘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오는 15일 개인전에서 투지를 불사를 각오다.
중국 응원단의 방해
양궁대표팀으로서는 예상했던 장애물이었다. 여자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건 10일에 이어 이날 역시 중국 응원단의 소음 응원이 계속됐다. 더구나 중국은 남녀 모두 한국과 준결승에서 만났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을 향한 응원단의 방해는 극에 달했다. 활을 쏘는 순간에 맞춰 소음을 냈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러나 선수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 박경모는 "잠실구장이나 경정경기장에서 소음에 대비한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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