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결국 정연주 KBS 사장의 체포에 나서기로 했다. 정 사장이 체포될 경우 그가 해임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의 위축 등 압박 효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체포 시점이 당초 검찰이 예고했던 시점보다 열흘 정도 늦어져 그 경위를 둘러싼 의혹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정 사장이 2005년 국세청에 대한 KBS의 2,000억원대 세금 환급 소송을 중단시켜 회사에 1,8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잠정 결론내린 상태다. 검찰은 2006년 연임을 노렸던 정 사장이 KBS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소송을 지속하는 대신 당장 500억원을 환급받을 수 있는 합의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영장 청구를 위한 법적인 걸림돌은 없다. 정 사장은 검찰의 출석 요청에 5차례나 응하지 않았다. 통상 2,3차례의 소환 불응만으로도 강제 신병확보 작업이 진행된다. 정 사장이 해임된 만큼 검찰로서는 현직 공영 방송사 사장 체포에 대한 부담도 지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해임된 정 사장을 굳이 체포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기되는 것이 압박용 카드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 사장은 감사원감사 결과와 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 이명박 대통령의 해임 결정 등 일련의 조치에 모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이나 KBS 이사회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상황이다.
만일 정 사장이 체포되거나 거액의 배임 혐의로 기소될 경우 그의 소송 행위는 단숨에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또한 행정소송 재판부는 관련 사안의 형사 재판 결과를 본 뒤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일 지연으로 인해 소송 자체의 힘이 빠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검찰 조치에 대한 의혹도 커질 수 있다. 검찰은 정 사장이 7월 18일 5차 소환에도 불응하자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2주 내에 정 사장에 대한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이 기간 동안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정 사장을 처리하려다 감사원, KBS 이사회, 이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리는 쪽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추리가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정 사장 지지세력의 주장대로 관련 기관들끼리 정 사장 처리 방안을 사전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정 사장과 관련된 논란은 그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 사장의 체포를 전후한 시기에 절정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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