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꼭두새벽부터 아침을 챙기는 한편, 삼남매 점심 저녁 도시락 여섯 개를 싸야만 했다. 학교 다닐 땐 그 고마움을 모르고 반찬투정이나 했다. 언제부턴가 학교들이 급식체제로 바뀌었고, 엄마들이 편한 세상을 만났구나, 이런 게 바로 진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입건된 학교급식용 고기등급 조작사건은 '납품업체의 비양심과 학교측의 급식안전 불감증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했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얼마나 자주 집단 식중독이 발생했었나? 납품업체와 학교측은 학생들을 저질식재료 실험동물로 생각하는 것인가? 머지않아 시중에서 안 팔린 미국쇠고기가 돌고 돌다 급식용으로 공급될 텐데, 주요 언론이 (지금은 절대로 안전하다고 말을 바꿨지만) 연전에 했던 말을 참고한다면 '만에 하나 큰 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이 살포되는 것이다.
더욱이 납품업체들이 계속해서 비양심적이고 학교측이 계속해서 급식안전 불감증이라면 그 위험은 가중될 테다. 이런 게 바로 진짜 공포다. 학생들은 선택권조차 없이 공포를 먹어야만 한다. (학생들의 촛불시위는 선견지명이었다!) 21세기의 엄마들은 머지않아 20세기의 엄마들처럼 도시락을 싸게 될지도 모른다. 엄마의 도시락은 참말로 맛있었는데!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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