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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대중성이란 껍데기는 벗어 던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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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대중성이란 껍데기는 벗어 던졌어요"

입력
2008.08.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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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국내 가요계에 모던록과 기타팝의 출발선을 그었던 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이석원, 이능룡, 전대정)이 4년 만에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를 내놨다. 3집 <꿈의 팝송> 과 4집 <순간을 믿어요> 로 대중적인 뮤지션의 입지를 굳혔던 언니네 이발관.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그들은 10년 넘게 지향했던 '대중성'의 외피를 벗어 던졌다고 노래한다.

앨범의 가치가 박물관에 쌓인 먼지만큼이나 하찮게 여겨지는 요즘, 그들은 거꾸로 앨범의 특성에 집착한 곡들로 돌아왔다. 마치 한 권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 트랙1에서 트랙10까지 연결되는 가사들엔 음악을 디지털음원으로 감상하는 대중에 대한 배려는 없어 보였다.

보컬 이석원의 미성은 그대로이지만, 한 번씩 터져줘야 하는 '흥행의 코드' 따위는 한 소절도 담지 않았다. 대신 절실한 내면의 성찰, 전형을 깨트린 멜로디와 연주가 날것처럼 신선하다.

음반홍보, 광고, 방송활동 등 신보 발매 뒤에 당연히 이어지는 프로모션의 절차를 집어치운 채 연습실에 박혀있는 이들을 땡볕의 홍대 앞 카페로 불렀다. 수차례 발매 예정일을 어겨가며 매달렸던 5집에 "만족하냐"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리더 이석원은 이 질문에 한참을 생각했다. "녹음만 2년이 걸렸죠. 보통의 녹음패턴에 비교하면 전무후무한 긴 시간입니다. 믹싱을 15번, 마스터링을 8번 하기도 했죠. 덕분에 지난 연말엔 나오지도 않은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를 해야 했어요. 이렇게 만들었지만 완벽하단 생각이 안 들어요. 자꾸 수정해야 할 게 들리는데 죽겠어요. 계속 개정판을 낼 수 있다면 평생 이 판만 만지다 말 것 같아요."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평범한 진실을 알아버린 화자가 읊조리는 <가장 보통의 존재> 의 가사들은 음악이 아닌 인쇄물을 읽는 듯 귀보다 머리를 먼저 깨운다.

"보통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고 타이틀곡을 정하잖아요. 하지만 이번 앨범에는 2년 동안 쓴 이야기에 맞는 곡을 만들어 하나의 '스토리'를 엮자는 목표가 있었죠. 그래서 가사를 먼저 쓰고 타이틀곡은 이야기의 기승전결에서 가장 의미가 큰 부분을 미리 잡아서 정했어요."(이석원, 이능룡)

예전의 언니네 이발관을 떠올린다면 익숙하지 않은 점은 가사뿐이 아니다. 극도로 미니멀해진 곡의 전개, 그리고 어쿠스틱한 연주가 두드러진다.

"리드기타 솔로가 강조됐던 전과 달리 쉼 없는 보컬의 연속이 특징이죠. 저희의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요즘 유행하는 음악과 많이 달라요. 우리 음악은 디스토션을 걸고 조지면서도 어쿠스틱으로 들려요. 언니네 이발관이 트렌디한 음악을 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이석원)

언니네 이발관은 이번 앨범에서도 아날로그의 우월성을 찬양한다. 첫 곡의 몽환적인 반전은 1만원짜리 테이프 리코더로 만들었을 정도이다.

"수억원짜리 디지털기계가 워크맨 녹음의 공간감을 따라가지 못해요. 14년 동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였어요. 아날로그 녹음의 장점을 증명하기 위해 카세트 녹음을 그대로 앨범에 담았습니다. 이런 아날로그적 질감을 향한 집착이 우리의 현주소라니까요."(이석원, 전대정)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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