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KBS사장의 해임 결정을 내림에 따라 KBS이사회의 후임 사장 후보 선정 발걸음도 빨라지게 됐다. 그러나 KBS 일부 직원들이 이사회 동반퇴진을 주장하며 정 사장 해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또 다른 충돌이 예상된다.
KBS이사회는 13일 회의를 열고 후임 사장 임명제청에 관한 제반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유재천 이사장은 "공모방식과 추천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지금은 백지상태나 다름없다"며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13일 회의서 큰 줄기라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법 제50조 6항은 후임 사장을 30일 이내에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상황이 달라졌으니 정 사장 임명 당시의 방법을 꼭 답습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국민 추천'형식의 공모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2003년 KBS이사회는 각계가 추천한 46명의 후보 가운데 4명을 선정한 후 정 사장을 임명제청 했었다.
대신 유 이사장은 "노조가 제안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은 이사회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청와대서 일부 인사가 후임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임명제청은 이사회의 고유한 권한이기에 청와대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S이사회가 후임 사장 임명과 관련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반면 KBS 일부 직원들은 13일 이사회 개최 적극 저지를 표방하고 나섰다. KBS기자협회와 PD협회 등 직능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 행동'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난입을 지시한 유 이사장을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석 KBS기자협회장은 "부실경영을 공동 책임져야 할 이사회가 정 사장 해임요청을 한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다"며 "이사회는 동반퇴진하고 후임 사장 임명제청을 논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KBS사원 행동'은 KBS노조와의 공동 행보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편 정 사장측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해임 무효확인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정 사장측은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KBS 사장은 공무원보다 더욱 엄격하게 신분을 보장 받고 있고 현행 방송법에는 임명 규정만 있어서 대통령에게 KBS사장에 대한 해임의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측은 또 "적자누적 및 방만 경영 등 감사원의 해임 요구 사유는 '경영이 부실했다'는 것에 불과할 뿐 '현저한 비위'에는 해당하지 않아서 해임의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鄭사장 출근하지 않을 것"
그러나 정 사장은 '출근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12일부터 출근하지 않을 예정이다. KBS관계자는 "정 사장이 출근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며 "사장 유고 상태가 되기에 이원군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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