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장점검 고속도로 휴게소/ <상> "안전보다 수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장점검 고속도로 휴게소/ <상> "안전보다 수익"

입력
2008.08.12 00:17
0 0

주5일 근무제 정착으로 명절이나 휴가철이 아니어도 자주 이용하게 된 고속도로.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 차량은 332만대에 달했다. 그러나 피곤한 운전자를 위한 휴게소는 149곳에 불과해 항상 인파로 붐빈다.

사람이 많은 만큼 말썽도 많고, 갖가지 진풍경도 연출된다.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의 구조적 문제점과 비효율적 운영 실태를 3회 시리즈로 점검한다.

대구에 사는 박모(45)씨는 지난 5일 여름 휴가를 맞아 고향인 전남 무안에 가려고 88올림픽 고속도로를 탔다가 낭패를 겪었다. 거창 휴게소를 지나자마자 유치원생 아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외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평소 이용하는 경부고속도로 생각만하고 "다음 휴게소까지 참으라"고 했다. 그러나 시속 100㎞로 30분을 달려도 다음 휴게소(지리산)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갓길에 정차할 수밖에 없었다. 무안에 도착한 뒤 확인했더니, 거창 휴게소와 지리산 휴게소 간격은 59㎞에 달했다.

당국의 무관심과 잇속만 챙기는 한국도로공사의 얌체 행태로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간 평균 간격(41.5㎞)이 적정 기준(15㎞)을 2.7배나 초과해 졸음운전 및 각종 안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토해양부와 도공에 따르면 정부는 운전자의 피로도를 고려해 휴게소 표준 간격을 15㎞로 정하고 최대 25㎞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는 주차장, 화장실, 매점 등 최소 시설만 갖춘 간이 휴게소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고속도로에서는 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동해선(20㎞)과 경부선(26㎞)만 권장 기준을 가까스로 맞출 뿐, 88올림픽(45.5km), 중앙선(41km) 등을 합친 전국 149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평균 간격은 41.5㎞에 달한다. 더욱이 간이 휴게소는 단 한 곳도 없다.

기준에 미달하는 휴게소 간격은 졸음운전 사고로 이어진다. 휴게소가 많이 설치된 동해선의 경우 2006년 교통사고 중 졸음운전 비율이 7.7%에 불과한 반면, 휴게소 간 평균 간격이 33.93㎞인 중부내륙선에서는 33.1%에 달했다.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에서 졸음운전사고 비율도 2000년 19.3%에서 2003년 21.3%, 2006년 24.4%로 점차 늘고 있다.

휴게소 절대 부족의 주원인은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공기업인 도공이 안전보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데 있다. 원칙을 따르면 휴게소가 많아져 휴게소 적정 이윤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공은 휴게소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임대료로 챙기고 있는데, 2006년에만 임대료 수입이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705억원에 달했다.

방만 경영에 따른 적자를 휴게소 임대료로 메운 셈이다. 한 관계자는 "도공이 2001년 휴게소 예정부지 32곳을 확보하고도 설치하지 않은 것도 기존 휴게소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도 도공에 대해 "운전자의 안전이 위협 받고 있으니, 정규휴게소가 아닌 간이휴게소도 적절한 간격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선진국에선/ 정규·간이 휴게소 안배… 佛은 18㎞마다 '쉼터'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의 고속도로 휴게소 설치 간격은 8~27㎞. 휴게소 설치 기준을 철저하게 사고 예방과 운전자의 편의에 맞춰, 정규 휴게소뿐 아니라 최소한의 편의시설만 갖춘 간이 휴게소를 적절히 배치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프랑스의 유료 고속도로(연장 2,562㎞)에는 286곳의 휴게소가 설치돼 있다. 18㎞마다 휴게소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유소, 편의점, 레스토랑 등을 갖춘 정규 휴게소는 40~50㎞ 간격으로 배치돼 있고, 잠시 쉴 수 있는 벤치와 주차장이 있는 간이 휴게소가 대부분이다.

영국에서는 40~50㎞마다 정규 휴게소가 있고, 그 사이사이에 간이 휴게소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도 30~60㎞마다 정규 휴게소를, 15~25㎞마다 간이 휴게소를 배치해놓았다. 민영화된 고속도로(9,052㎞)에서 정규ㆍ간이 휴게소 798개소의 평균 간격은 22.7㎞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의 경우 100㎞ 또는 1시간 주행거리 간격으로 정규 휴게소를 두고, 그 중간중간에 교통량에 따라 간이 휴게소를 배치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휴게소는 영업이익보다 운전자의 안전을 우선시 해 설치돼야 하며, 교통량이 적어 적자운영이 예상되는 곳은 간단한 편의시설만 갖춘 간이 휴게소를 설치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