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친러시아 성향의 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에 지상군과 전투기를 동원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고, 러시아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그루지야를 공습하는 등 그루지야 내 친러시아 자치국에 대한 통제권을 놓고 벌이는 그루지야와 러시아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루지야는 8일 러시아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으며 1992년 이후 사실상 자치권을 누려오던 남오세티아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이날 새벽 그루지야 군은 수호이-25 전투기와 미사일 박격포 등을 동원, 남오세티아의 주도 츠힌발리를 집중 폭격했다. 그루지야는 대규모 지상군까지 파견, 츠힌발리 인근 마을 상당수를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루지야 군의 이번 공격으로 츠힌발리에 주둔중인 러시아 평화유지군 병사 수명을 포함, 최소 15명이 사망했다고 남오세티아 정부 관리가 밝혔다. 러시아 평화유지군측은 "츠힌발리가 그루지야의 공격으로 완전히 초토화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츠힌발리 인근 마을은 그루지야 군의 폭격으로 수많은 건물이 불에 타거나 붕괴됐다고 전했다.
미하일 사카시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이날 "남오세티아 전역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감행했으며,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이날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화상 TV를 통해 그루지야의 공격을 비난하며 "즉각적인 보복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총리의 발언이 공개될 즈음 러시아군 전투기들이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서 25km 떨어진 바지아니 공군 기지를 공습했다. 이어 러시아의 중무장한 장갑차 부대가 대규모로 러시아의 북오세티아를 출발, 교전지역인 츠힌발리로 이동하는 모습이 러시아 TV를 통해 방영됐다. 그루지야 군도 남오세티아에 주둔중인 러시아 기지에 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루지야 내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장갑차 부대가 국경을 넘어 남오세티아에 진입했다"며 "그루지야를 방어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그루지야 내무부는 또 "러시아 전투기 2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그루지야 내의 또 다른 친러시아계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 자치국과 북오세티아에서도 남오세티아를 지원하기 위해 1,000여명의 지원병이 교전지역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자칫 러시아가 개입하는 전면전으로 비화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압하지야 정부 관리를 인용, "압하지야의 1,000명의 지원군이 남오세티아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두아르드 코코이티 남오세티아 자치국 대통령은 "그루지야 정부군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오세티아 주민 80% 이상이 러시아 시민권을 갖고 있어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3년 집권한 사카시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92년 이후 러시아의 지원 속에 국제적 승인 없이 사실상 자치권을 행사해 온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에 대해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그루지야와 남오세티아는 최근 일주일간 산발적인 전투를 벌여왔으며, 이 과정에서 2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카시빌리 대통령은 7일 저녁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으나, "남오세티아 분리주의자들이 공격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과 수시간 만에 전격적인 대규모 공격을 명령했다.
12개 독립국가연합의 일원인 그루지야는 2004년 장미혁명 이후 러시아에서 이탈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기 위해 급진적인 친서방 정책을 펼쳐왔다.
러시아 정부는 그루지야의 공격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한 뒤 "폭력사용을 비난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하려 했으나 그루지야를 지원하는 미국 영국 등의 반대로 실패했다. 중국 베이징을 방문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NATO,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뒤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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