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때문에 짜증스럽단다. 그물을 끌어올린 어부들은 해파리 더미 속에서 생선들을 찾아내느라 애를 먹고,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은 ‘바다의 말벌’이라는 그 놈들에게 쏘여 병원을 들락거리고 잇다. 어부들은 해파리 방지용 이중 그물을 준비하거나 배 위에 값비싼 분쇄기를 별도로 장치하고 있다.
올 여름 부산 해운대 주변에서만 70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고 신고됐었고, 그 중 10% 정도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 동남아시아 근해에는 식성 좋은 놈들의 증식으로 일부 중ㆍ소형 생선들의 씨가 마르고, 독침에 쏘여 사람이 사망하기도 했다 한다.
■잡기 쉽고 양도 많아 중국과 일본에선 옛날부터 먹을 거리로 가깝게 지냈다. 꼬들꼬들한 감촉에 칼칼한 향료를 추가한 냉채는 중국의 전통적 전채요리로 우리도 즐겨 먹는다. 일본은 스키야키나 샤브샤브에서 초밥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해산물보다 더 다양한 요리법이 있다. 모든 해파리를 식용으로 쓰는 것은 아니다. 200여 종 가운데 4가지 정도만 식용으로 가공한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고, 동물성 우뭇가사리(한천)로 불리듯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다. 한의학에선 가래와 기침을 진정시키고 고혈압과 변비를 치료하는 약재로도 요긴하다.
■한자어로 해파리를 흔히 해철(海蜇ㆍ바다에서 톡 쏘는 것)이라 하는데, 옛 중국문서에는
해모(海母)라 기록돼 있다. 고전적으로 식물과 동물의 경계선 상에 있는 해면(海綿)동물이 가장 오래된 생명체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1930년대 북미지역에서 수백 마리의 해파리가 선명히 찍힌 화석이 발견됐는데, 지질학자들은 한결같이 그 화석이 해면동물의 화석들보다 훨씬 먼저(5억~6억년 전)라고 판정했다. 아직 논란이 종식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고생물학자들은 지구에 최초로 출현한 생명체로 해파리를 새롭게 지목하고 있다. ‘바다의 어미(海母)’라는 표현이 놀랍다.
■해파리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잦더니, 우리나라 연안까지 그렇다고 한다. 자체적인 운동능력이 거의 없는 부유(浮遊)동물이 증식하고 있는 것은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어미가 될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다. 우리의 연안이 이처럼 ‘해파리의 천국’이 된 것은 일차적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다. 다음은 생활쓰레기와 폐수로 연안에 유기물이 많아져 새끼들의 먹이인 플랑크톤이 급속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혹, 지구 생명체의 시작을 열었다는 해파리들이 그 당시처럼 번창하려는 징조는 아닌지, 생각만 해도 더위가 가신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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