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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끝까지 박태환을 믿어준 노민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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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끝까지 박태환을 믿어준 노민상 감독

입력
2008.08.1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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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은 말을 잇지 못했다. 눈물을 감추려 했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했던 애제자와 함께 했던 지난 10년의 세월을 생각하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제 밤 태환이가 저에게 와서 ‘은메달을 따도, 동메달을 따도 대단한 것 아닙니까’라고 말할 때는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너는 올림픽 결선을 뛰는 순간 역사를 쓰게 된다’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노민상(52)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여덟 살 꼬마 시절부터 박태환을 가르쳤던 노 감독.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19세의 대학생 박태환을 여전히 ‘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노 감독은 “아이가 그렇게 부담을 갖는 것을 보고 가슴이 쓰렸습니다. 남은 종목에서는 ‘아이’답게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박태환을 길러낸 노 감독은 박태환을 친아버지보다 더 잘 아는 절대적인 존재다. 박태환이 전담팀을 꾸려 태릉선수촌을 박차고 나갔을 때도 노 감독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집 나간 아이는 언젠가는 돌아오게 된다’는 진실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 감독은 묵묵히 박태환을 주시했다. 박태환이 돌아오자 노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올림픽 금메달에 모든 포커스를 맞춘 24주 훈련 일정을 내놓았다.

노 감독의 뒤에는 함께 밤을 세우며 24주 훈련 일정을 만들어 낸 체육과학연구원의 송홍선 박사와 박태환의 몸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대표팀 이문삼 물리치료사 등 숨은 공신들이 있었다.

결전이 열린 10일. 노 감독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를 보며, 비가 올 때마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제자를 걱정했다. 그리고 숙소를 나서기 전에 박태환을 불러 손수 준비한 곰국을 먹였다.

노 감독은 자신의 일생을 걸었던 목표가 이뤄진 후,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친아들과도 같은 박태환을 걱정했다. “남은 종목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러나 이제 너무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박)태환이에게 이제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베이징=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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