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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최민호, 恨의 세월 '한판'으로 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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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2008/ 최민호, 恨의 세월 '한판'으로 메쳤다

입력
2008.08.1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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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체중감량 실패로 동메달에 머문 후 온갖 설움을 겪어오며 4년을 절치부심한 그에게 공식 경기 시간 5분은 너무 길었다. 경기 시작 신호가 나오자마자 마치 배고픈 사자가 먹이를 낚아 채 듯 상대의 도복을 잡아챘고, 딱지치기하듯 상대를 거침없이 넘겼다. 예선전부터 금메달을 따기까지 5경기 동안 걸린 시간은 단 '7분40초'. 호쾌한 한 판승 쇼가 끝나자 매트 위에 엎드려 응어리를 풀어내 듯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온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작은 거인' 최민호(28ㆍ마사회)가 '새로운 한 판승의 사나이'로 등극하며 한국 유도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최민호는 지난 9일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60㎏급 경기에서 화려한 기술유도의 진수를 선보이며 5경기 연속 한 판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의 경기는 마치 기록경기를 보는 듯 한 착각에 빠질 만큼 거침이 없었다.

1회전 부전승으로 오른 최민호는 2회전 미겔 앙헬 알바라킨(아르헨티나ㆍ1분16초)를 시작으로 마소드 아콘자데(이란ㆍ1분18초), 리쇼드 소비로프(우즈베키스탄ㆍ2분28초), 루벤 후케스(네덜란드ㆍ24초),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ㆍ 2분14초)까지 모두 한판으로 매트에 눕혔다. 원조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가 2004아테네 올림픽에서 4경기 연속 한판으로 금메달을 따낼 당시 15분 39초보다 무려 7분59초나 빨랐다. 네티즌들은 '손에 땀을 쥘 새도 없었다'며 경의를 표했다.

한 판승 쇼는 8분이 채 안 돼 끝났지만 그가 정상에 등극하기 위해 바친 시간은 무려 9년이었다. 최민호는 10일 인터뷰에서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려고 태릉선수촌에서 9년간 청춘을 바쳤습니다. 항상 금메달 후보라는 평가를 받지만 결과는 3등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 2003세계선수권자인 최민호는 각종 종합대회에서 우승 1순위지만 최종 성적은 언제나 3등이었다. '동메달 그랜드슬래머'란 말까지 들어야 했다.

슬럼프로 2005년 소속팀 창원경륜공단에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방출되는 아픔도 겪었다. 최민호는 당시를 회상하며 "운동할 곳이 없어지자 죽고 싶었습니다. 마사회에서 저를 받아주지 않았더라면…"이라고 말했다. 아테네올림픽에서 체중 조절에 실패해 동메달에 그친 최민호는 이번에는 지옥훈련을 통해 체중 문제를 말끔히 해소했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최민호는 "제가 어떻게 훈련했는지 보셨다면 하느님도 깜짝 놀라셨을 거예요"라며 웃었다. 안병근 대표팀 감독은 "민호처럼 성실한 선수는 과거에도 지금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어머니 최정분씨는 "다쳐서 밤에 못 자면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아 가슴이 찢어졌다"고 속내를 밝혔다.

불굴의 투지로 금메달을 목에 건 최민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려 66㎏급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이징=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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